성주군 선남면이 추진한 굴다리 정비 사업은 생활권 기반시설의 개선이 주민의 일상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사업은 선남면 소재지의 진출입 주요 관문에 해당하는 굴다리 2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단순한 보수에 머무르지 않고 도색과 조명 설치를 통해 통행 환경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기존 굴다리는 조명 부족과 벽면 오염으로 인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에게 불편을 주었고, 이러한 문제는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체감해온 불편으로 이어져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비는 낡은 시설을 손보는 차원을 넘어, 주민 의견을 반영해 일상 공간의 환경 품질을 다시 조정한 생활밀착형 공공디자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사례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색채가 단순한 미관 정비의 수단을 넘어, 공간의 인상과 이용 경험을 함께 바꾸는 환경적 장치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선남면은 굴다리 벽면을 밝고 명확한 색채로 도색해 공간의 개방감을 높이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굴다리와 같은 하부 통과 공간은 구조적 특성상 어둡고 닫힌 장소로 인식되기 쉽고, 이용자에게는 위축감이나 긴장감을 줄 수 있다. 이때 색채는 단지 표면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라, 공간을 더 밝고 분명하게 인지하도록 돕고, 이용자가 그 장소를 보다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환경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색채의 변화는 단순한 외형의 수정이 아니라, 공간 경험의 성격 자체를 부드럽게 바꾸는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조명 설치 역시 이번 정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LED 조명은 운전자가 도로 상황과 공간의 경계를 보다 쉽게 인지하도록 하여 시인성을 높이고, 보행자에게도 안정된 통행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굴다리처럼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기 어려운 공간에서는 색채와 조명을 따로 떼어 생각하기 어렵다. 색이 공간의 분위기와 성격을 형성한다면, 조명은 그 색이 실제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느껴질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비는 색채와 빛을 함께 활용해 공간의 심미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높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환경색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색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색을 드러내는 광환경까지 함께 계획되어야 한다는 점도 이 사례는 잘 보여준다.

입구 상단에 설치된 네온사인 조명, “활력이 넘치는 선남면입니다.”라는 문구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환경 개선을 넘어 장소의 상징적 의미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구는 굴다리를 더 이상 그저 지나치는 시설로 두지 않고, 선남면의 생동감과 정체성을 전달하는 작은 관문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공공공간에서 문자와 빛, 색채가 결합할 때 공간은 기능적 인프라를 넘어 지역 이미지를 드러내는 매개가 된다. 이번 사례는 바로 그런 가능성을 비교적 소박한 방식으로 실현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상징적 메시지의 부여가 함께 이루어질 때, 공간은 보다 선명한 인상과 기억을 갖게 된다.

환경색채의 관점에서 보면, 선남면 굴다리 정비는 소규모 기반시설에서도 색채계획이 충분히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환경색채는 흔히 도시 전체의 경관계획이나 대규모 공공디자인과 연결되어 논의되지만, 실제 주민이 더 자주, 더 민감하게 체감하는 것은 이런 생활밀착형 공간의 변화다. 굴다리, 골목, 하부통로, 버스정류장, 작은 진입로와 같은 공간은 일상적으로 반복 경험되는 장소이며, 바로 이러한 곳에서의 색채와 조명 정비가 주민의 심리적 안정감과 공간에 대한 신뢰, 나아가 지역 환경에 대한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환경색채는 도시를 꾸미는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생활 환경의 질을 조정하고 이용자의 감각 경험을 조직하는 실천적 수단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이 주는 시사점도 여기에 있다. 공공디자인의 효과는 반드시 대형 랜드마크나 상징적 조형물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민이 매일 지나고 반복적으로 체감하는 작은 공간에서 더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드러난다. 선남면의 굴다리 정비는 노후화된 기반시설을 밝고 안전한 통행 환경으로 바꾸었을 뿐 아니라, 색채와 조명, 그리고 상징적 메시지를 통해 지역의 인상과 장소 경험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런 점에서 이 사례는 생활밀착형 환경색채가 지역의 품격을 형성하고 주민의 체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www.dki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