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색을 본다는 것의 의미
수십 년간의 뇌 연구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여전히 우리가 같은 색을 동일하게 인식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내가 빨강이라고 부르는 색이 당신에게도 같은 빨강일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인간 인지의 근본적 수수께끼를 드러낸다. 독일 튀빙겐대학교의 안드레아스 바르텔스 교수는 이 질문을 “아주 오래된 의문”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현대 신경과학의 도구를 통해 그 답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말한다.
뇌 영상이 보여주는 색의 흔적
최근 연구는 M.R.I. 기술을 이용해 개인이 본 색을 뇌 반응만으로 예측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바르텔스 교수와 연구진은 45명의 뇌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피험자가 보고 있는 빨강·초록·노랑을 신뢰성 있게 추정했다. 이는 정상적인 시각 체계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색 인식이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국립안연구소의 비빌 콘웨이 역시 이번 연구를 높이 평가하며, 인간뿐 아니라 원숭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발견되었다고 덧붙였다. 진화적 관점에서 색 지각은 생존과 깊이 연결된 능력임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드레스 논란이 드러낸 불확실성
그럼에도 색 인식은 언제나 동일하지 않다. 10년 전, 전 세계를 달군 ‘드레스 논란’은 인간 시각의 불확실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었다. 같은 사진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파랑·검정으로, 또 다른 사람은 금색·흰색으로 보았다. 어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색이 바뀌어 보이기도 했다. 이 현상은 단순히 망막 신호가 달라서가 아니라, 뇌가 빛의 조건을 계산하고 색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이 때문이다. 평소라면 흰 종이는 빛의 상황이 달라도 여전히 흰 종이로 인식되지만, 드레스의 경우 그 보정 알고리즘이 갈라지면서 사회적 논쟁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색, 물리와 심리의 경계에서
이번 연구는 “색은 단순한 물리적 성질이 아니라, 뇌의 해석이 개입된 경험”임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우리는 대체로 같은 방식으로 색을 보고 있으면서도, 특정 상황에서는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과학은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계속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주관적 경험의 차이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바르텔스 교수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얼마나 비슷한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가”를 탐구하는 과정일 것이다. 이는 색 지각의 보편성과 주관성 사이의 긴장을 탐구한다. 뇌 영상 연구는 색 경험이 상당히 공통적임을 보여주지만, 드레스 논란은 그 미묘한 차이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출처: The New York Times, Sept. 8, 2025, jneurosc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