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호앙 민화(Than Ke Kim Hoàng)는 베트남 하노이 인근 김황 마을에서 18세기 후반부터 제작된 민화다. 이 회화 양식의 핵심적 특징은 선명한 붉은 바탕 위에 인쇄와 채색이 결합된 형식이다. 붉은색은 베트남 민속에서 행운·생명·신성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이해되었다.

킴 호앙 민화는 새해를 맞아 가정에 걸리는 길상화의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붉은 바탕은 ‘삶의 기운’을 불러들이는 상징적 장치였다.

붉은 배경지는 일반적인 백지나 황지 대신, 식물성 염료로 여러 번 염색하고 건조하여 제작되었다. 복원 작업을 맡은 장인들은 원래의 붉은색을 재현하기 위해 수십 차례의 염색과 건조를 반복했다고 전한다. 붉은 종이는 염색 농도와 햇빛의 세기, 습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며, 그 균질한 발색이 킴 호앙 민화의 미적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였다. 이 붉은 배경 위에는 검은 윤곽선이 목판으로 인쇄되고, 그 위에 색채가 덧입혀졌다.

안료는 대부분 자연 재료에서 얻어졌다. 백색은 석고(gypsum), 황색은 치정(치자) 열매에서 얻은 식물성 안료, 흑색은 먹 또는 목탄, 붉은색은 진사(朱砂, vermilion)로 채색했다는 기록이 있다. 진사는 황화수은(HgS) 성분의 광물성 안료로, 동아시아 미술에서 가장 선명한 붉은색을 내는 고급 안료로 사용돼 왔다. 킴 호앙 민화의 붉은 색채는 바로 이 진사계 안료의 사용으로 인해 독특한 생동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화라는 대중적 예술의 특성상 순수 진사만을 사용하기보다는, 진사와 식물성 붉은 염료를 혼합하거나 대체 안료를 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 붉은색은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중첩한다. 붉음은 왕권, 생명, 신의 보호를 상징하며, 가정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색이었다. 따라서 킴 호앙 민화의 붉은 바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미지의 의미를 지탱하는 주체적 색층이었다. 또한 강렬한 배경 위에서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이 묻히지 않도록, 채색은 밝은 노랑과 백색 계열로 조율되었다. 이 배색 방식은 색채 대비의 원리를 활용하여, 붉은 바탕을 중심으로 회화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게 했다.

기술적으로 킴 호앙 민화의 채색은 안료에 동물성 접착제(주로 버팔로 가죽풀)를 섞어 내구성을 높였다. 이는 습도 변화가 심한 열대 기후에서 색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진사 안료는 시간이 지나면 표면이 산화되어 색이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에, 작가들은 표면에 얇은 코팅층을 입히거나 건조 시간을 조절하며 그 특성을 제어했다. 이러한 재료적 조치는 미학적 완성도뿐 아니라, 민속화가 일상 공간에서 오래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기능적 대응이었다.

현재 복원된 킴 호앙 민화는 붉은 바탕과 진사계 색채의 상징적 의미를 중심으로 재현되고 있다. 진사 안료의 사용 여부는 여전히 논의의 대상이지만, 붉은색이 염색지의 색과 안료의 중첩으로 형성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붉은층은 베트남 민속의 정신성과 물질문화가 만나는 지점이자, 킴 호앙 민화의 미학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출처 : www.vietnam.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