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도시의 풍경은 급격히 특정 색으로 수렴한다. 쇼윈도와 광고, 포장지와 조명에 이르기까지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색은 단연 붉은색이며, 이 계절적 색채의 중심에는 언제나 산타클로스가 자리한다. 그러나 이 붉은 옷의 산타는 과연 오랜 전통의 자연스러운 결과일까, 아니면 비교적 근대에 형성된 시각적 합의일까. France Inter의 프로그램 L’invité d’un jour dans le monde에서 역사학자 Nadine Cretin이 제시한 설명은, 산타클로스를 색채와 이미지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크레탱은 먼저 산타클로스를 성 니콜라라는 단일한 기원의 인물로 환원하는 통념을 경계한다. 중세의 성 니콜라는 어린이를 보호하고 선행을 베푼 인물로 기억되었을 뿐, 오늘날과 같은 고정된 복색이나 시각적 외형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당시 중요했던 것은 인물의 모습이 아니라 행위와 도덕적 의미였으며, 색채는 핵심 요소가 아니었다. 실제로 유럽 각지에는 서로 다른 ‘선물을 주는 존재’들이 존재했다. 네덜란드의 신터클라스(Sinterklaas), 독일과 알자스 지역의 크리스트킨트, 북유럽의 겨울 인물들은 각기 다른 모습과 역할을 지녔고, 이들은 오랫동안 지역적 맥락 안에서만 기능했다. 산타클로스는 처음부터 하나의 통일된 인물이 아니었으며, 색채 역시 본질적 속성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전환점은 19세기 후반, 시각문화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찾아온다. 인쇄 기술과 삽화, 대중 매체의 확산은 이 인물을 반복적으로 재현하고 설명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었고, 이 과정에서 외형은 점차 단순화된다. 크레탱에 따르면 바로 이 시기에 색은 강력한 식별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붉은색은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였지만, 시각적으로 가장 눈에 띄고 인지하기 쉬운 색이었으며, 반복되는 재현 속에서 점점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요한 점은 이 붉은색이 어느 한 순간에 ‘발명’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방송에서 크레탱은 산타의 붉은 옷이 특정 기업이나 광고 캠페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역사적으로 지나치게 단순화된 해석임을 지적한다. 실제로 붉은 옷을 입은 산타의 이미지는 이미 19세기 말의 삽화와 인쇄물에 등장하고 있었으며, 이후 광고와 대중문화는 이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상업은 색을 창조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던 상징을 강화하고 표준화했다.

이 과정에서 붉은색은 산타클로스를 하나의 인물로 인식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시각적 표식이 된다. 서구 문화에서 붉은색은 오랫동안 생명, 온기, 보호, 축제성을 함께 상징해 왔으며, 겨울이라는 계절적 조건 속에서 특히 ‘따뜻함’과 ‘정서적 안전’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색으로 작동했다. 그 결과 붉은 옷의 산타는 점차 전통처럼 인식되었고, 다른 색의 산타는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붉은 옷의 산타클로스는, 오래된 전통의 직접적인 잔존이라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며 선택되고 반복된 이미지의 결과다. 크레탱이 말하듯 산타클로스는 신앙의 인물도, 단순한 상업 캐릭터도 아닌, 사회가 만들어낸 집합적 이미지다. 이 붉은색은 산타의 본질을 설명하기보다, 그를 기억하고 구별하게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색채 코드로 기능하며 하나의 시각적 합의로 굳어졌다. 방송은 산타클로스를 둘러싼 이 색채의 역사를 통해, 우리가 ‘전통’이라 부르는 것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이미지의 역사일 수 있음을 조용히 환기시킨다.


출처 : www.radiofranc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