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여름, 서울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나란히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하나의 작가를 조명하면서도 각기 다른 시선과 해석으로 관람자를 초대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샤갈 특별전: Beyond Time’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샤갈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구성이다. 약 130점의 작품을 8개의 주제로 나누어, 그의 기억과 회상, 파리 시절의 예술적 전환, 종교적 상상력, 그리고 지중해 풍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기의 작품을 소개한다. 특히 샤갈 위원회의 외손녀가 직접 기획에 참여하여, 작가의 의도를 섬세하게 반영한 해석이 돋보인다. 회화 중심의 이 전시는 미술사적 맥락 안에서 샤갈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시간성을 중시하는 큐레이션이 특징이다.

반면,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마르크 샤갈: 환상과 색채를 노래하다’는 회화보다는 그래픽 아트와 판화, 아트북을 중심으로 한 전시다. 이곳에서는 약 350점에 이르는 샤갈의 원작이 공개되며, 국내 최초로 ‘다프니스와 클로에’ 시리즈 아트북이 전면 소개된다. 샤갈 특유의 몽환적 이미지와 생생한 색채가 감각적으로 구현되며, 특히 미디어아트를 통해 스테인드글라스를 재현하는 등, 보다 몰입적이고 현대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제주 출신 작가 강태석과의 협업 또한 이 전시에 지역적 맥락과 현대적 해석을 더한다.

서울과 제주의 두 전시는 마르크 샤갈이라는 한 예술가를 서로 다른 감각으로 해석한다. 서울에서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샤갈의 삶과 예술을 연대기적·서사적으로 조망한다. 정제된 구조 속에서 그의 기억, 종교, 여정이 회화로 펼쳐지며, 관람자는 한 예술가의 생애를 미술사적 흐름 안에서 따라가게 된다.

반면 제주 전시는 ‘색채와 환상’을 통해 샤갈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풀어낸다. 몽환적인 이미지와 그래픽 아트 중심의 구성은 샤갈 특유의 시적 언어를 직접적인 체험으로 이끈다. 화면을 넘나드는 빛과 색, 그리고 지역성과의 조화는 더욱 감성적인 몰입을 유도한다.

이처럼 두 전시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공통적으로 샤갈의 예술이 지닌 복합성과 다층성을 드러낸다. 하나는 시간의 결을 따라 서사를 직조하고, 다른 하나는 감각의 깊이를 통해 정서를 포착한다. 마치 하나의 예술가를 서로 다른 거울에 비춘 듯, 각 전시는 상호 보완적인 시선을 통해 샤갈이라는 존재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