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I 색채상표 분쟁으로 읽는 브랜드 색채의 경계

색은 기업의 얼굴이 될 수 있다. 로고가 사라져도, 문자가 보이지 않아도, 어떤 색은 먼저 도착해 브랜드를 떠올리게 한다. 거리에서 강렬한 빨강을 보면 특정 탄산음료가 연상되고, 부드러운 보라색은 초콜릿 브랜드의 감각을 불러오며, 선명한 노랑과 빨강의 조합은 패스트푸드의 속도와 활기를 떠올리게 한다. 색은 언어보다 빠르고, 형태보다 넓으며, 때로는 상표보다 감각적으로 강하다.

독일 건축자재·DIY 유통업체 OBI의 오렌지색 분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OBI에게 오렌지색은 단순한 배경색이나 장식색이 아니다. 매장 외관, 간판, 광고, 작업복, 홍보물, 온라인 이미지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기업의 시각적 정체성을 구성해 온 핵심 색채다. 소비자는 OBI의 오렌지색을 통해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DIY 매장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 색은 ‘직접 만들기’, ‘수리하기’, ‘공구’, ‘현장성’, ‘즉각적 행동’과 잘 맞물린다.

그러나 색이 브랜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사실과, 그 색을 법적으로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OBI가 오렌지색을 오래 사용했는가가 아니라, 소비자가 오렌지색 자체만 보고 OBI를 특정할 수 있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오렌지색이 단순히 “건축자재 매장답다”는 인상을 주는 수준을 넘어, “이 색은 OBI다”라는 출처 표시 기능을 획득했는지가 문제다.

색채상표가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색은 본질적으로 공유되는 감각 자원이다. 빨강은 주목과 경고, 파랑은 신뢰와 안정, 초록은 자연과 친환경, 노랑은 명랑함과 주의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색채 의미는 특정 기업이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경험, 문화적 관습, 산업적 사용이 오랜 시간 축적되며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특정 색을 독점하려 할 때, 법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색을 지나치게 넓게 보호하면 다른 기업들이 동일 업종에서 필요한 시각 언어를 사용할 자유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OBI의 오렌지색 역시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다. 한편으로 그것은 OBI의 브랜드 자산이다. 오랜 사용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구축했고, 소비자 기억 속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오렌지색은 DIY·건축자재·공구·할인 유통 분야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는 기능적 색이기도 하다. 오렌지색은 멀리서 잘 보이고, 활력과 작업성을 전달하며, ‘지금 행동하라’는 감각을 만든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건축자재 매장이나 공구 유통업체에서 오렌지와 빨강 계열이 널리 사용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사건은 색채디자인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롭다. 디자이너에게 색은 차별화의 수단이다. 기업은 색을 통해 자신만의 분위기, 성격, 시장 내 위치를 만든다. 하지만 법적 관점에서 색은 언제나 ‘식별력’의 문제로 다시 판단된다. 아름다운 색인가, 오래 쓴 색인가,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는 색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그 색을 하나의 출처 표시로 인식하는가이다. 색채상표는 디자인의 감각적 성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소비자 인식 속에서 특정 기업과 색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되어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서 우리는 색채 브랜딩의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이 색을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같은 색을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색은 로고, 형태, 공간, 서비스, 광고 언어, 고객 경험과 결합되어야 한다. 매장의 입구에서부터 내부 동선, 상품 진열, 안내 사인, 직원 복장, 온라인 화면까지 색채가 일관된 경험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색은 브랜드의 감각적 언어가 된다. 색 하나가 상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력한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

OBI의 오렌지색은 그래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색은 어디까지 기업의 것이 될 수 있는가. 기업은 색을 통해 자신을 기억시키고 싶어 하지만, 색은 동시에 사회 전체가 공유하는 시각적 언어다. 특히 오렌지색처럼 주목성, 활동성, 실용성을 지닌 색은 특정 기업의 개성인 동시에 업종 전체가 필요로 하는 기능적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때 색의 독점은 단순한 브랜드 보호를 넘어, 시장 안에서 다른 기업의 표현 가능성을 제한하는 문제가 된다.

색채는 감각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 상업 환경에서 색은 기억을 만들고, 행동을 유도하며, 기업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그러나 색이 강력할수록 그것을 둘러싼 권리의 문제도 복잡해진다. OBI의 오렌지색 분쟁은 색채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이 되었을 때, 그 색이 과연 사적 자산인지, 공적 시각 언어인지, 혹은 그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묻는 사례다.

결국 이 사건의 의미는 OBI가 오렌지색을 지킬 수 있는가에만 있지 않다. 더 넓게 보면, 그것은 색채가 현대 소비사회에서 어떻게 기억되고, 소유되고, 제한되는지를 보여준다. 색은 브랜드의 얼굴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얼굴이 법적 독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색이 상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눈에 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의 인식 속에서 그 색이 하나의 기업을 가리키는 명확한 기호가 되어야 한다.

OBI의 오렌지색은 바로 그 경계 위에 놓여 있다. 그것은 분명 OBI를 떠올리게 하는 색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DIY 매장의 활기와 현장성을 표현하는 산업적 색채이기도 하다. 이 모호한 경계야말로 색채상표가 가진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색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떤 색은 오래 사용했다고 해서 곧바로 한 기업의 소유가 되지는 않는다.


출처 : www.fa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