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열섬 현상은 더 이상 건물과 아스팔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연구는 자동차의 색 자체가 주변 공기 온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리스본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따르면, 검은색 차량은 흰색 차량보다 주변 공기를 약 1.9도 높일 수 있으며, 일부 국제 연구는 그 차이가 3.8도에 달한다고까지 말한다. 이는 단순히 미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기후와 직결되는 환경적 변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검은색 차량은 태양광을 흡수해 그 에너지를 열로 전환하고, 이는 곧 공기 중으로 재방출된다. 다시 말해, 도심 속 수많은 차량이 작은 라디에이터처럼 기능하면서 열섬 현상을 가속하는 것이다. 반대로 흰색이나 은색과 같은 밝은 색은 태양광을 반사하여 차량 표면의 온도 상승을 줄이고, 그 결과 차량 주변 공기에도 덜 열을 방출한다. 흰색 지붕이나 반사 코팅이 도시 건축에서 강조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발견은 자동차 산업과 도시 정책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제조업체는 단순한 색 선택을 넘어, 태양광을 80% 이상 반사하는 고성능 페인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열 환경을 관리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도시 행정 차원에서는 밝은 색의 차량 사용을 장려하거나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될 여지가 있다. 로스앤젤레스나 아테네에서 흰색 지붕을 의무화했던 사례처럼, 색채를 통한 기후 대응 정책은 이미 현실 속에서 검증된 바 있다.
결국 자동차의 색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집합적 환경에 개입하는 사회적 선택이 된다. 검은 차를 몰지 말자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색채가 도시 생태계의 한 축을 형성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쩌면 미래의 도시에서는 “무슨 차를 타느냐”보다 “어떤 색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될지도 모른다.
출처 : www.autoplus.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