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색채 전문 기업 Pantone(팬톤)이 2026년 ‘올해의 색(Color of the Year)’으로 Cloud Dancer(팬톤 11-4201)를 발표했다. 이 ‘클라우드 댄서’는 팬톤 역사상 처음으로 ‘백색 계열(화이트 / 뉴트럴 화이트)’이 선정된 색이다. (color.re.kr) 팬톤은 이 색을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도록 돕는, 공기를 머금은 듯한 부드러운 화이트 뉴트럴”이라 설명했다.
팬톤 ‘올해의 색’이란
팬톤은 1999년부터 매해 다음 해의 ‘올해의 색’을 선정해 왔다.
이 색은 단순히 유행하는 색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회·문화적 흐름, 패션, 인테리어, 예술, 기술,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그 해를 대표할 색채”로 선정된다. (ELLE Decor)
팬톤은 다국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색채 연구 그룹(팬톤 컬러 연구소)을 통해 이런 분석 작업을 한다. (Vogue)
이 방식 덕분에, 팬톤의 ‘올해의 색’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한 해를 관통하는 감성과 분위기를 대변하는 상징이 된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간 팬톤은 다음과 같은 색을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다.
- 2025년: Mocha Mousse — 따뜻함과 안정을 상징. (Martha Stewart)
- 2024년: Peach Fuzz — 부드러움과 연민, 포용을 상징. (People.com)
| 연도 | 색상명 | 색상 이미지(설명) | 팬톤의 핵심 의미 | 시대 정서·사회 분위기 |
|---|---|---|---|---|
| 2017 | 그리너리(Greenery) | 밝은 연두색 | 재생·새 출발·자연 회복 | 정치·사회 불안 증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심리 확대. |
| 2018 |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 | 짙은 보라 | 상상력·창의성·영감 | 디지털 전환기.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 증가. |
| 2019 | 리빙 코랄(Living Coral) | 따뜻한 산호색 | 생기·친근함·유대감 | SNS 확장과 디지털 피로 속에서 인간적 온기 요구 증가. |
| 2020 | 클래식 블루(Classic Blue) | 안정적인 파랑 | 신뢰·평온·기본으로 돌아가기 | 불확실한 세계정세 속에서 안정감과 차분함 필요. |
| 2021 | 얼티밋 그레이(Ultimate Gray) +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 |
회색 + 노란색의 조합 | 인내(회색) + 희망(노란색) | 코로나19 장기화. 회복과 낙관의 공존 요구. |
| 2022 | 베리 페리(Very Peri) | 푸른 보라색 | 전환·창의적 변모·새 현실 | 메타버스 확산. 가상과 현실이 결합하는 새로운 시대. |
| 2023 | 비바 마젠타(Viva Magenta) | 강렬한 적자색 | 에너지·용기·회복의 추진력 | 팬데믹 이후 재도약의 분위기. 강한 생명력에 대한 기대. |
| 2024 | 피치 퍼즈(Peach Fuzz) | 부드러운 복숭아색 | 돌봄·따뜻함·정서적 안정 | 갈등보다 치유·연결을 중시하는 분위기 확대. |
| 2025 | 모카 무스(Mocha Mousse) | 부드러운 브라운 | 기반·안정·토양 같은 단단함 | 변동성이 큰 시대 속에서 기본으로 돌아가려는 흐름 강화. |
| 2026 | 클라우드 댄서(Cloud Dancer) | 따뜻한 화이트 뉴트럴 | 여백·정돈·내면의 정리 | 정보 과잉과 피로 속에서 단순함과 명료함에 대한 요구 증가. |
2026 ‘클라우드 댄서’가 선택된 이유와 의미
팬톤이 2026년 올해의 색으로 클라우드 댄서를 택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사회적 흐름과 심리가 작용했다.
- 정보 과잉, 디지털 피로, 복잡한 사회적 변화 — 오늘날 사람들은 빠르게 흐르는 정보, 과도한 자극, 복잡한 사회 문제에 피로감을 느낀다. 팬톤은 이런 시대에 “단순함, 정돈, 고요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즉,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색 대신, “숨 쉴 여백”을 주는 색을 택한 것이다. (색채디자인 색채심리 색채문화 색채연구)
- 새로운 시작과 리셋, 내면의 집중 — 클라우드 댄서는 단순한 흰색이 아니라, “따뜻함과 시원함의 균형을 맞춘 부드럽고 매력적인 흰색”이다. 팬톤은 이 색을 통해 “마음속 잡동사니를 비우고”, “창의성과 혁신이 돋아날 수 있는 빈 캔버스”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Pantone Colors Chart)
- 평온, 회복, 웰빙에 대한 욕구 — 팬톤은 클라우드 댄서를 “내면의 평화”, “정서적 여유”, “균형과 안정”을 상징하는 색으로 정의했다. 우리는 늘 분주하고 자극적이었던 삶에서 벗어나, 잠시 멈추고 호흡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더블유더블유디코리아)
팬톤 측 인물인 전무이사 Leatrice Eiseman 은 클라우드 댄서가 “차분함을 불러오는 영향력 있는 색”이라 말했고, 부사장 Laurie Pressman 은 “혼란 속에서 명료함을, 여백을 제공하는 색”이라 표현했다. (Vogue korea)
과거 ‘올해의 색’과의 연결
팬톤이 과거 선택한 색들은 그 해의 사회 감수성,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정서적 흐름을 반영했다. 예컨대, 2025년의 Mocha Mousse는 따뜻함과 안정, 위안을, 2024년 Peach Fuzz는 부드러움과 포용을 상징했다. (Martha Stewart)
그런 흐름 속에서, 2026년 클라우드 댄서는 “과거보다 더 강한 정리와 단순함, 내면의 회복”을 강조하는 색이다. 팬톤은 이번 선택을 특별하다고 설명한다. 이번처럼 백색·뉴트럴 톤이 ‘올해의 색’으로 선정된 것은 팬톤 역사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TIME) 이 의미는 단순히 색의 변화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삶을 원하는가”에 대한 시대적 성찰을 색으로 드러낸 결과다.
산업 전반에 미친 영향
클라우드 댄서가 올해의 색으로 발표되면서 패션, 인테리어, 뷰티, 라이프스타일,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반향이 나타나고 있다. (Pantone Colors Chart)
- 패션: 부드럽고 우아한 화이트 톤이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의 대표색으로 떠올랐다. 미니멀한 테일러드 수트, 실크 드레스, 캐시미어 니트 등이 이 색으로 재해석된다. 인테리어 및 공간 디자인: 클라우드 댄서는 자연광을 살리고 공간을 넓고 통풍 있게 보이도록 만든다. 밝은 목재, 돌, 리넨 같은 천연 소재와 잘 어울리며, ‘명상실’, ‘휴식 공간’처럼 정서적 안정을 주는 공간 디자인에 적합하다.
- 그래픽 디자인 및 브랜딩: 여백(네거티브 스페이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클라우드 댄서는 로고, 패키징, 광고 등에서 투명성, 정직성, 세련된 고급스러움을 전달하는 색으로 활용된다.
- 뷰티 및 라이프스타일: 클린 뷰티, 미니멀 라이프스타일,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피부 본연의 색’, ‘심플한 패키지 디자인’, ‘정돈된 공간’ 등에서 이 색이 주목받고 있다.
- 문화 예술 및 미디어 디자인: 팬톤이 색을 예술가들과 협업하여 시각 예술 작품, 설치 미술, 그래픽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 클라우드 댄서를 적용하도록 제안하면서, 색채가 단순 트렌드를 넘어 창작의 재료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Designboom)
이처럼 클라우드 댄서는 단순한 ‘흰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여백의 미학”, “정서적 회복”이라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변화를 암시하는 색이 되었다.
일반인과 전문가들의 반응
클라우드 댄서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 긍정적 반응: 많은 사람과 디자이너, 브랜드 관계자들은 이 색을 “지친 현대인에게 필요한 시각적 휴식”이라고 받아들인다. 화려함보다는 안정, 자극보다는 평온을 추구하는 지금의 시대정신과 잘 맞는다는 평가다. (더블유더블유디코리아)
- 비판과 회의: 반면 일부 평론가와 소비자들은 “왜 백색인가?”, “너무 무난해서 개성이 없다”는 지적도 한다. 어떤 매체는 이 색을 “치실 색깔 같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선택”이라 평가했다. 화려함이나 창의성보다는 무채색으로 안전하게 가려는 선택이라는 비판이다. (동아일보)
- 문화적 민감성 지적: 특히 일부에서는 “단순히 평화를 상징하는 화이트라는 선택이 백색 우월주의나 문화적 민감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이런 맥락에서, 클라우드 댄서가 “톤데프(tonedeaf, 민감성 결여)”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있다. (뉴욕 포스트)
- 실용성과 유지의 어려움: 흰색은 때가 타기 쉽고 관리가 번거롭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도 일부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느낀다. “멋은 있지만 실용적이지 않다”는 반응도 있다. (The Guardian)
왜 이 시점에서 ‘화이트’인가 — 팬톤의 메시지
팬톤은 클라우드 댄서를 통해 단순한 색상 선택을 넘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감정과 여백”을 색으로 표현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정보 과잉,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단순함’, ‘정리’, ‘내면의 중심’, ‘회복’을 원한다. 팬톤은 그런 변화를 읽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빈 캔버스” 같은 흰색을 2026년의 색으로 내세운 것이다. (Designboom)
클라우드 댄서는 “시끄러운 배경을 지우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여백을 준다”는 의미다. 그것은 단지 패션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의 트렌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 일상을 구성하는 방식,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