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는 거대한 정치적 긴장과 시민 항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기폭제는 의회의 특권적 처우와 과도한 보조금 문제였다. 다수의 시민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정치 엘리트들이 누리는 호화로운 삶에 분노를 터뜨렸고, 그 불만은 곧 거리 시위로 번졌다.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경찰과의 충돌은 점점 격화되었다.

시위 현장에서는 여성, 학생, 노동자, 오토바이 택시 기사까지 사회 각계각층이 참여했다. 특히 한 장면이 국민적 상징으로 떠올랐다. 자카르타 의회 앞, 경찰과 대치하던 한 여성이 밝은 핑크색 히잡을 쓰고 서 있는 모습이었다. 또 다른 장면은 그린색 재킷을 입은 오토바이 기사들이 대거 시위에 참여한 장면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불행히도 경찰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의 희생은 곧 집단적 분노와 정의 요구를 집약하는 순간이 되었다.

이 항쟁은 단순한 정치 시위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며, 분노와 연대, 그리고 변화를 향한 열망을 시각화했다. 그 결과 핑크와 그린, 두 가지 색이 인도네시아 항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핑크와 그린색이 말하는 언어

  1. 핑크(Rose/Brave Pink): 연대와 용기의 색

핑크는 보통 따뜻함과 애정, 여성성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번 항쟁에서 핑크는 그 의미가 전복되었다. 경찰의 방패 앞에 선 여성의 핑크 히잡은 연약함이 아니라 두려움 없는 용기를 드러냈다. 또한 핑크는 ‘사랑’의 색으로서, 동료 시민과의 연대를 상징하며 항쟁을 감정적으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온라인에서는 ‘Brave Pink’라는 이름으로 확산되며, 디지털 참여의 매개체가 되었다.

  1. 그린(Vert/Hero Green): 희망과 희생의 색

그린은 전통적으로 자연, 생명, 성장의 색이다. 그러나 이번 항쟁에서는 오토바이 기사들이 입은 그린색 유니폼을 통해 구체적이고 사회적 의미가 덧입혀졌다. 특히 희생된 청년 기사의 이미지와 함께 그린색은 정의와 저항의 색으로 각인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Hero Green’이라 부르며, 그린을 단순한 생명의 색이 아니라 희망과 정의를 위한 투쟁의 상징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1. 핑크와 그린의 조합: 항쟁의 감정 코드

두 색은 각각의 상징성을 넘어 조합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족자카르타 거리에는 그린색 바탕 위에 핑크색 글씨로 새겨진 “Reset System” 그래피티가 등장했는데, 이는 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시각적 선언이었다. 심리적으로도 핑크와 그린은 상호보완적이다. 핑크가 ‘사랑과 연민’을, 그린이 ‘희망과 정의’를 상징함으로써, 항쟁은 감정적 결속과 미래 지향적 요구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했다.

‘핑크 앤 그린’ 운동

이번 인도네시아 항쟁에서 핑크와 그린은 단순한 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억압된 사회에서 분노와 희망을 동시에 드러내는 얼굴이자 목소리였으며, 감정과 정치적 요구를 번역하는 강력한 언어였다. 핑크는 부드러움 속의 용기를, 그린은 희망 속의 희생을 상징했고, 두 색의 결합은 변화를 향한 집단적 열망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앞으로 이 색들이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기억 속에서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색채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회적 저항을 움직이는 매개체이자 운동 자체를 정의하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이다. 거리의 현장과 디지털 공간을 동시에 물들인 핑크와 그린은, 색채가 곧 행동이고 기억이며 미래의 상징임을 웅변하고 있다.


출처 : www.challenges.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