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öner Wohnen의 해당 기사는, 최근 인테리어 담론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Millennial Grey의 종말”이라는 선언적 표현을 경계하며,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즉, 회색은 왜 더 이상 단독 해법으로서의 중립색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졌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글이 문제 삼는 대상은 회색이라는 색채 자체가 아니라, 공간 전체를 하나의 차가운 중립색으로 균질화해 온 관성적 사용 방식이다.

기사에 따르면, 회색은 오랫동안 ‘안전한 선택’으로 작동해 왔다. 강한 색채와 장식이 만들어내는 피로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으로서, 회색은 실패 가능성이 낮고 대부분의 가구·재료·조명과 무난하게 결합되는 색으로 수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난함이 반복되면서, 회색은 점차 차이를 생성하지 않는 표준 색채, 다시 말해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재현되는 익명적 배경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사에서 사용하는 “Allover-Grau”라는 표현은, 특정 회색 톤을 지칭하기보다는, 사고 없는 선택이 누적된 상태를 비판적으로 지시하는 개념에 가깝다.

중요한 점은, 이 기사가 회색의 배제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회색은 여전히 공간의 기본 구조를 설정하는 색으로서 유효하다. 다만 더 이상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주조색이 아니라, 다른 색채와 재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난 베이스 컬러로 재위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회색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중립색 체계 안에서 역할과 위계를 조정하는 전략, 다시 말해 회색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사에서 제시되는 대안 색채들은, 회색을 대체하기 위한 경쟁자가 아니라, 회색의 차가움과 긴장을 완충·조율하는 중립색의 확장선에 위치한다. 베이지, 크림, 버터 옐로우와 같은 따뜻한 밝은 색들은 회색보다 높은 색온도를 가지면서도 여전히 장식적 부담이 적다. 기사에서 이 색들이 벽면과 같은 넓은 면적에 적용 가능하다고 강조하는 이유 역시, 이들이 포인트 컬러가 아니라 일상적 배경색으로 기능할 수 있는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되는 것은 녹색 계열이다. 여기서 언급되는 녹색은 선명한 색채가 아니라, 세이지, 올리브와 같이 채도가 낮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색들이다. 이러한 녹색은 회색과 결합될 때 인공적이고 차가운 인상을 완화하며, 공간에 자연성과 온기를 덧입힌다. 이는 색채의 상징적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회색이 만들어낸 시각적 긴장을 어떻게 중화할 것인가라는 실천적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테라코타, 브라운, 모카 톤과 같은 흙색 계열 역시 중요한 대안으로 언급된다. 이 색들은 회색 중심 인테리어가 상대적으로 제거해 왔던 물질성(materiality)을 다시 호출한다. 회색이 표면을 평탄화하고 질감의 차이를 약화시켰다면, 흙색 계열은 재료의 두께, 표면의 거칠기, 깊이를 다시 인식하게 만든다. 기사에서 이 흐름을 ‘Gen Z Brown’과 같은 세대 감성과 연결하는 것 역시, 단순한 유행 구분이라기보다 차가운 중립에서 따뜻한 중립으로의 이동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해석 장치로 읽힌다.

결국 이 기사가 제시하는 Millennial Grey 이후의 방향은, 색채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아니고, 회색을 버리자는 선언도 아니다. 핵심은 단일 중립색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중립색을 조합하고 조율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색은 여전히 공간에 남아 있지만, 더 이상 모든 것을 덮는 색이 아니라, 다른 색과 재료, 질감을 드러내기 위한 배경으로 재배치된다.

이러한 변화는 미감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 경험의 질에 대한 문제이다. 회색이 제공해 온 정돈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따뜻함·자연성·촉각성을 어떻게 추가할 것인가. 이 기사는 바로 그 질문에 대해, 추상적 선언이 아닌 색채 선택이라는 구체적 수준에서 답하고 있다. 회색 이후의 인테리어는 극적인 색채 전환이 아니라, 중립이라는 개념 자체를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 가깝다.


출처 : www.schoener-wohn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