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에 개최된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전 세계 디자인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미래 인테리어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행사는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 국제가구박람회) 와 이를 중심으로 도시 전역에서 펼쳐진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 설치 중심의 도시 전시) 를 통해, 밀라노를 거대한 야외 갤러리로 변모시켰다. 도심 곳곳에서 전시와 설치가 어우러지며, 일상의 공간이 창의적 실험과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바뀌는 장면은 그 자체로 디자인의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디자인 위크에서 두드러진 트렌드는 뚜렷한 양상을 보였다. 하나는 생기 넘치는 컬러를 통해 활력과 희망을 표현하는 낙관주의적 색채 경향이며, 다른 하나는 자연 소재의 질감과 차분한 색조를 활용해 고요함과 평온함을 추구하는 흐름이었다.
이처럼 상반된 색채 경향은 디자인이 지닌 감성적 울림과 표현의 다양성을 동시에 드러내며, 2025년 이후 인테리어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강렬한 신호를 제시했다.
매년 4월, 밀라노는 세계적인 디자인 중심지로 탈바꿈하며 수많은 디자인 애호가들과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 기간 동안 열리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단일 행사가 아니라,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된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먼저, 로 피에라(Rho Fiera)에서 개최되는 공식 행사인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 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구 박람회로, 글로벌 가구 브랜드와 주요 디자이너들이 최신 제품과 디자인 트렌드를 선보이는 자리다.
한편, 도시 전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 는 밀라노의 골목과 숨겨진 건물, 역사적인 공간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비공식 전시 및 설치 예술 행사로, 보다 실험적이고 감성적인 디자인 경험을 제공한다.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주제는 ‘감정의 문제(Matter of Emotion)’ 였다. 이 주제는 기술과 장인정신, 기억과 미래 사이의 진정한 대화를 모색하며, 단순한 기능성과 혁신을 넘어 디자인이 감정에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주목한다.
올해 디자인 위크는 이러한 주제를 통해, 기능 중심의 디자인에서 한걸음 나아가 감성과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을 중심에 두는 흐름을 강하게 드러냈다.
주요 하우스 브랜드 하이라이트: 시와 혁신 사이에서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럭셔리 브랜드와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들은 예술성과 기술력을 결합한 인상적인 설치로 주목을 받았다.
에르메스(Hermès): 색과 투명성의 시적 실험

컬러 유리 컬렉션, 에르메스 © 스튜디오 에르메스
에르메스는 샬롯 마코 페를망(Charlotte Macaux Perelman)의 감독 아래, 장인 유리 제작 기법을 활용해 이중 유리로 제작된 컬러 오브제들을 선보였다.
차갑게 절삭된 스트라이프와 체크무늬 형태로 가공된 이 오브제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반짝이며 섬세한 투명성의 유희를 연출했다.
까시나(Cassina): 영원한 우아함의 재해석

가죽 볼라쥬 침대, 카시나를 위한 필립 스탁 © 루카 멀
까시나는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의 디자인으로, 짙은 갈색 가죽과 정교한 스티치로 마감된 고급 침대를 공개했다.
동시에, 디자인 거장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 의 상징적 작품들을 재출시하며,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의 가치를 다시금 강조했다.
플로스(Flos): 빛으로 조각된 감성

https://professional.flos.com/en/global/stories/story-milan-design-week-2025/
조명 브랜드 플로스는 어두운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듯한 빛의 오라(Halo) 를 통해 시적인 몰입형 조명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각 조명은 단순한 조명을 넘어, 공간의 감정과 분위기를 조형하는 예술 작품처럼 연출되며, 감성적 깊이를 더했다.
참가한 브랜드 모두 물성, 전통, 감성, 그리고 기술을 결합해,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5 디자인 위크(Fuorisalone) 의 푸오리살로네(Fuorisalone) 는 ‘Mondi Connessi(연결된 세계들)’라는 주제를 통해 색채와 디자인이 어떻게 기술, 인간, 환경을 연결할 수 있는지를 예술적으로 풀어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사람 중심의 감각적 디자인과 지속가능한 재료의 미학, 그리고 색채를 통한 감정의 서사화였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가속화되는 시대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더 따뜻하고 촉각적인 언어로 인간과 사물의 연결성을 탐색했다.
자연에서 비롯된 색, 그리고 감각의 회복
올해의 전시는 자연색조의 귀환을 강하게 시사했다. 본 화이트, 테라코타, 모래빛 베이지, 이끼 그린과 같은 컬러는 유기적인 소재들과 어우러져 공간에 평온함과 정서적 안정감을 더했다. 이러한 색들은 단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손으로 만지고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영화적 상상력과 감정의 색채

엘 데세오 소파, 로슈-보부아 및 페드로 알모도바르 © DR
한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로쉐보부아(Roche Bobois)의 협업은 영화적 색채가 가구 디자인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례였다. 강렬한 붉은색, 전기 블루, 깊은 옐로우 등은 단순한 장식적 색이 아닌, 이야기와 감정을 품은 서사적 색채로 기능했다. 관람객들은 마치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된 듯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지속가능성과 투명함의 미학
색채는 또한 지속가능성의 언어로도 작동했다. 전시된 많은 작품들은 무독성 마감재, 인증된 목재, 자연 유래 안료 등 친환경 요소를 적극 반영했으며, 이러한 소재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은은한 뉴트럴 톤이 주조를 이뤘다. 디자인은 이제 ‘무엇을 사용하는가’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있어서도 투명성을 요구받는 시대다.
색으로 연결되는 세계
‘Mondi Connessi’는 단순히 기술과 공간을 연결하는 개념을 넘어, 색채를 통해 사람, 환경, 감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그 어느 해보다 색의 감정적 서사, 감각적 경험, 지속가능한 가치를 강하게 부각시키며, 우리가 나아갈 공간 디자인의 방향성을 다시금 묻고 있다. 색은 이제 공간을 채우는 요소가 아니라, 우리 삶의 맥락과 감정을 섬세하게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2025년의 색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연결은 기술이 아니라 감각에서 시작된다.”
출처 : maisoncreative.mercipourlinf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