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색을 통해 진화의 논리를 드러낸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개구리와 두꺼비, 즉 양서류의 세계에서 두 가지 색—초록과 갈색—이 얼마나 오래, 그리고 끈질기게 공존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이 단순한 색채의 지속은 단순한 위장 효과를 넘어, 종의 생존과 다양성을 지탱해온 중요한 진화적 장치였다.
연구진은 전 세계 2,300여 종의 개구리를 조사하며, 초록과 갈색 변이가 무려 수백만 년간 사라지지 않고 유지되어 왔음을 확인했다. 특히 아프리카 풀개구리 속(Ptychadena)에서는 이 변이가 8백만 년 이상 이어져 내려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통 유전적 변이는 시간이 흐르며 하나의 형태가 선택되거나 도태되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 색이 함께 남아 있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초장기 균형 선택(ultra-long-term balancing selection)”이다. 초록색은 나뭇잎이 우거진 환경에서 유리하고, 갈색은 낙엽과 흙이 많은 환경에서 더 잘 위장된다. 환경 조건에 따라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점하면서도, 두 색 모두 종의 생존에 기여했기 때문에 그 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자연은 한쪽을 버리지 않고 두 색 모두를 남겨두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 발견은 색을 단순히 보호색(camouflage)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선다. 초록과 갈색은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유전적 자산이며, 종이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하고 장기적으로는 분화와 다양성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시 말해, 색은 진화의 부수적 결과가 아니라, 진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그 핵심은 단순히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종 내부의 색채적·형태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태계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개구리의 초록과 갈색은 그 오래된 교훈을 들려준다. 단순한 색의 공존 속에, 자연은 생명 보전의 지혜를 오래전부터 새겨두었던 것이다.
추가 정보 :
Sandra Goutte et al, 개구리에서 비밀성 다형성의 장기 진화 적 지속성, 국립 과학 아카데미의 절차 (2025). doi : 10.1073/pnas.2425898122
충처: 뉴욕 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