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차가움 너머의 감각
우리는 흔히 콘크리트를 ‘차갑고 단단한 재료’로 기억한다. 도시의 도로, 고층 건물의 골조, 혹은 다리의 기초와 같은 거대한 구조물의 이미지는 콘크리트를 기능적이고 무정한 물질로 규정해왔다.
그러나 이 전형적인 인식을 전복하는 새로운 시선이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튜디오 Forma&Cemento는 콘크리트를 단순한 건축 재료가 아니라, 감각과 정서를 매개하는 시적인 언어로 재해석한다.
그들의 작업은 콘크리트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동일한 재료가 빛과 그림자, 질감과 촉감에 따라 전혀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거칠고 무겁게만 보이던 표면이 어느 순간 부드럽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물질의 존재감조차 가볍게 희미해지는 순간이 있다. 이때 콘크리트는 더 이상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사유하게 하는 매체로 기능한다.
콘크리트는 골재, 모래, 시멘트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배합하여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경우에 따라 골재가 표면에서 눈에 띄어 재료의 자연스럽고 독특한 질감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혼합하면 표면에 색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색조와 질감의 변화는 재료 자체의 고유한 특징을 만들어낸다.

주조 과정에서 콘크리트 내부에 공기가 갇힐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표면에 작은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이 구멍들은 크기가 다양하며, 질감에 독특한 미적 감각을 더한다.

콘크리트는 액체 상태로 타설되기 때문에 표면에 구조적인 흐름선이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곡면이나 높은 수직면을 타설할 때 더욱 두드러지며, 콘크리트의 또 다른 전형적인 특징이다.

콘크리트 제품 표면에 작고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구조적 품질이나 성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각 제품은 내구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밀한 품질 검사를 거친다.

일부 콘크리트 조각은 두 부분으로 된 거푸집을 만들어야 한다. 두 거푸집의 접합부로 인해 가장자리의 질감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더욱 거칠고 독특한 질감을 얻을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재해석이 구조적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는 건축의 골격에서 벗어나, 가구와 오브제, 일상의 액세서리로 확장된다. Forma&Cemento가 보여주는 것은 ‘실용’과 ‘조형’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장면이다. 콘크리트 테이블이나 조명, 장식적 오브제는 기능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감각적 경험을 제안한다. 물질 자체가 디자인 비전을 품고, 그것을 사용자에게 서서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콘크리트를 단순히 기술적 재료로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감정·영성·시간을 담아내는 조형 언어로 확장한다. 건축적 스케일에서의 견고함과 미시적 스케일에서의 섬세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이중성은, 콘크리트라는 물질이 지닌 잠재력을 새롭게 열어젖힌다.
결국 콘크리트는 더 이상 차갑고 무거운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감각과 사유를 자극하는 시적 매체이며, 우리 일상 속에 스며드는 또 하나의 언어다. Forma&Cemento가 보여주는 실험은, 물질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흔들며, 우리가 눈앞의 재료를 어떻게 경험하고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출처 : www.archdaily.com / Forma&Ceme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