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의 세계에서 매해 발표되는 ‘올해의 색’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대가 품은 감정과 사회가 원하는 정서를 담아낸 상징이다. 2026년, 듀럭스(Dulux)는 하나의 단일한 색이 아닌 세 가지 푸른빛의 변주를 선택했다. 이들은 함께 ‘리듬 오브 블루스(Rhythm of Blues)’라는 이름으로 묶이며, 변화의 시대 속에서 안정과 자유, 그리고 새로운 활력을 담아내는 파랑의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첫 번째 색, 프리 그루브(Free Groove) 는 로열 블루와 네이비 사이 어딘가에 자리한다. 깊지만 결코 무겁지 않고, 밝지만 가볍지 않은 이 푸른빛은 여름 수영장의 반짝이는 수면을 떠올리게 한다. 공간 전체를 물들이면 활기찬 긴장감을 주고, 작은 가구나 책장에 더하면 리듬감 있는 포인트가 된다. 그 이름처럼 자유롭고 즉흥적인 에너지를 실내에 불어넣는다.
이에 비해 슬로 스윙(Slow Swing)은 전혀 다른 울림을 가진다. 짙은 네이비의 무게감은 마치 별이 깔린 밤하늘처럼 사람을 감싸 안으며, 고요 속의 사색을 허락한다. 네이비는 전통적으로 고급스러움과 깊이를 상징하는 색이다. 벽 전체를 덮어내면 ‘코쿤(cocoon)’ 같은 공간이 되고, 문틀이나 가구 일부에 사용하면 차분한 중심을 잡는다. 바쁘게 흐르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이라는 여백을 주는 색이다.
마지막으로 멜로 플로우(Mellow Flow)는 회색 빛이 섞인 연한 파우더 블루다. 고요하고 온화하며, 아침 햇살이 비친 하늘의 청량함을 닮았다. 침실, 욕실, 라운지처럼 휴식과 회복이 필요한 곳에서 이 색은 특히 빛을 발한다. 조명에 따라 다양한 표정을 드러내며, 공간을 평화롭게 숨 쉬게 한다.
세 가지 색은 각각의 개성을 지니면서도 서로를 잘 보완한다. 깊은 네이비 위에 강렬한 블루로 포인트를 주거나, 은은한 파우더 블루와 어둡고 묵직한 네이비를 대비시키면 공간은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리듬을 갖는다. 파랑의 차가움은 소재와 조명의 따뜻함을 만나 균형을 찾고, 그 안에서 사람은 자신만의 안식을 발견한다.
듀럭스가 제안한 2026년의 팔레트는 결국 하나의 메시지를 건넨다. 혼돈과 속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파랑은 단순히 차가운 색이 아니다. 그것은 정지와 흐름, 고요와 생동, 균형과 자유를 동시에 상징하는 색이다. 파랑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내면의 평온을 되찾고, 또다시 움직일 힘을 얻는다.
출처 : www.homesandgardens.com 이미지 크레딧 : Dul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