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자사의 아이스크림 제품 ‘메로나’의 포장지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경쟁사 서주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빙그레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빙그레는 1992년부터 판매한 메로나의 포장 디자인이 자사의 투자와 노력으로 개발된 성과라고 주장하며, 서주가 이를 모방한 ‘메론바’의 포장지를 사용 중지하고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빙그레는 메로나의 포장지가 양쪽 끝이 짙은 초록색이고 가운데는 옅은 연녹색을 띠며, 좌우에 멜론 사진을 배치한 점, 네모반듯한 글씨체 등이 서주의 제품과 유사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디자인은 2004년부터 사용되어 온 메로나 고유의 상징적 요소로서 소비자들이 이를 보고 메로나를 연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빙그레의 주장을 기각하면서, 메로나의 포장지가 소비자들에게 특정 출처의 상품을 연상시킬 정도로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이스크림 같은 상품의 경우 사용 가능한 색상이 어느 정도 한정적이며, 색상은 공공영역에 속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일을 기반으로 한 제품에서 과일 본연의 색상은 누구나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특정 기업이 독점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법원은 빙그레의 소송이 법률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참고 : economi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