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의 건축은 그 자체로 색채의 미학을 담고 있다. ‘돌의 나라’로 불리는 이곳에서는 자연에서 채취한 응회암(tuff)과 현무암(basalt)이 주요 건축 재료로 쓰이며, 이 석재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색채감은 도시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특히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Yerevan)은 분홍빛을 띤 응회암을 대거 사용함으로써 도시 전역이 부드럽고 따뜻한 색조로 감싸인다. 도시 전체가 채도 낮은 로즈톤의 석조 건물로 구성되어 있어, 이는 자연광에 따라 섬세하게 변화하는 시각적 깊이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예레반은 ‘핑크 시티’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도시의 색채 아이덴티티를 세계적으로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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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북서부 도시 귬리(Gyumri)에서는 좀 더 다양한 응회암 색이 활용되었다. 붉은빛, 회갈색, 회흑색이 혼재된 이곳의 건축은 색조의 대비가 뚜렷하며, 응회암과 현무암이 섞여 쓰일 때 질감의 대비와 색의 중첩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는 도시 전체에 시각적 리듬감을 부여하고, 마치 캔버스 위에 그린 그림처럼 다층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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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회암은 상대적으로 가벼우면서도 다양한 색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색채 표현의 폭이 넓다. 분홍, 붉은 갈색, 회백색 등은 도시를 감싸는 기조 색이 되며, 이는 도시민의 정서에도 일정한 영향을 끼친다. 색채 심리학적으로 따뜻한 응회암의 색조는 친화감과 안정감을 유도하며, 이는 공공 건축에서 중요한 시각적 기능으로 작용한다.

또한, 아르메니아의 자연 경관 역시 색채적 영감을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돌의 교향곡(Symphony of Stones)’으로 불리는 가르니 협곡(Garni Gorge)의 현무암 기둥은, 자연이 만든 육각 기하학과 깊은 회색의 색감이 어우러져 모노크롬적 감성을 전달한다. 이곳은 건축가와 조각가들이 색채와 구조의 융합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각적 원천으로 여겨진다.

‘돌의 교향곡’으로도 알려진 가르니 협곡의 현무암 기둥. 와이어스톡 크리에이터의 이미지: Shutterstock을 통해 제공됩니다.

현대에도 이러한 색채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응회암을 이용한 십자가석(khachkars) 조각은 단지 조형 예술을 넘어 색과 그림자, 질감의 미묘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석공 장인들은 자연광 아래에서 석재의 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고려해 조각을 진행하며, 이는 재료에 대한 깊은 색채 감수성을 보여준다.

아르메니아 건축에서 색은 단순한 외관의 문제가 아니다. 재료 그 자체의 고유한 색을 존중하고, 그것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시각 언어다. 따라서 아르메니아의 도시들은 하나의 조형물이자 거대한 색채 풍경이 된다.

 


출처 : www.arch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