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고른다는 것의 의미
페인트 컬러에 관한 조언은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공간을 바꾸는 순간, 우리는 여전히 망설인다. 이 색이 맞을까? 너무 튀지 않을까? House & Garden이 여러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물은 ‘페인트 컬러 룰’은, 그 망설임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공식이라기보다 색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말하는 ‘룰’이 대부분 규칙을 지우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1. 색은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첫 번째 태도는 영감의 출처다. 팬톤 칩이나 페인트 북에서 색을 고르기 전에, 자연과 일상에서 색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꽃, 열매, 채소, 양모처럼 이미 검증된 자연의 색 조합은 인간의 감각에 무리가 없다. 이는 단순한 감성 조언이 아니라, 색채 심리학적으로도 안정적인 선택 방식이다. 색은 인공적으로 ‘설계’되기보다, 맥락 속에서 채집될 때 더 오래 살아남는다.
2. 벽의 색은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다
기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개념은 벽색을 백드롭(backdrop)으로 인식하라는 조언이다. 벽은 시선을 끄는 장치라기보다, 가구·오브제·빛이 작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지지하는 장치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과감한 색을 벽이 아니라 가구나 소품에 배치한다. 이는 서비스디자인에서 말하는 ‘전경과 배경의 역할 분리’와도 닿아 있다. 모든 요소가 말하려 들 때, 공간은 피로해진다.
3. 색은 빛과 함께 테스트해야 비로소 색이 된다
숫자와 이름으로 색을 판단하지 말라는 조언도 인상적이다. 같은 색이라도 시간대와 채광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전 11시의 자연광을 기준으로 색을 판단하라는 팁은 실무적으로도 유용하다. 이는 색을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시간 기반 경험(time-based experience)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공간 디자인에서 색은 정적인 요소가 아니라, 하루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건에 가깝다.
4. 뉴트럴 컬러는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다
흰색이나 베이지 같은 뉴트럴 컬러를 ‘무난한 선택’으로 여기는 인식에 대해 디자이너들은 선을 긋는다. 자연광이 부족한 공간에서 과도한 흰색은 오히려 생기를 앗아간다. 반대로 빛이 풍부한 공간에서는 뉴트럴이 다른 색을 돋보이게 하는 능동적 배경이 된다. 즉, 뉴트럴은 소극적 선택이 아니라 공간 조건을 읽은 전략적 판단이다.
5. 색에는 ‘잘 어울리는 공간’이 있다
핑크, 블루, 그린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설명은 색을 성격이 아닌 환경 적합성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핑크는 피부 톤을 부드럽게 반사하지만, 빛이 충분해야 한다. 블루는 범위에 따라 개방감이 되기도, 집중감을 만드는 코쿤이 되기도 한다. 그린은 자연에서 온 듯한 톤일수록 안정적이다. 이는 색을 감정 기호로만 소비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색–공간–사용자의 관계를 읽는 시선이다.
6. 결국, 컬러 룰의 마지막 기준은 ‘맥락’이다
기사의 결론은 명확하다. 색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으며, 트렌드와 전통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맥락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용기다.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룰’은 따라야 할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기준점에 가깝다. 색은 공간을 설명하는 언어이고, 그 언어는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