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회색 콘크리트 위에 청소년들이 물감을 들었다. 그저 낙서처럼 보일 수 있는 그래피티는, 이들에게 있어선 자기표현의 언어이자 공동체의 목소리였다. 독일 레온베르그(Leonberg)의 한적한 Stadtpark에 조성된 청소년 광장이, 이제는 생동하는 젊음의 캔버스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여름, 시는 젊은 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마련했다. 그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닌,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자유의 상징으로 기능했다. 그리고 2024년 봄, 60여 명의 청소년이 붓과 페인트를 들고 이곳의 풍경을 바꾸기 위해 모였다.

콘크리트의 칙칙한 회색을 컬러와 레터링으로 대체. 사진: 사이먼 그랜빌

그래피티 프로젝트는 단순한 미화 작업이 아니었다. ‘Peace(평화)’, ‘Respekt(존중)’ 같은 단어들이 벽을 채웠고, 형형색색의 날개 그림은 누군가의 ‘포토존’이 되었다. 벤치에는 도시의 실루엣과 “과거는 지나갔으니, 오늘을 살아라(The past is over, so live today)”라는 문장이 정성스레 새겨졌다. 익명의 공간은 어느덧 이들 청소년의 이름 없는 자서전이 되었다.

이 창의적 변신의 배후에는 예술가 무아 부아피나(Moua Bouafina)가 있었다. 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디자인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이끌며, 단지 결과물만이 아닌 ‘참여’ 자체를 예술의 일부로 바라보게 했다. 자신의 손으로 공간을 바꿨다는 자각은,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큰 자긍심이 되었다.

지역사회 역시 이 변화에 반응했다. 어른들은 더 이상 이 공간을 ‘청소년 전용 공간’으로만 보지 않는다. 이제는 모두를 위한 열린 광장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된 것이다.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비로소 도시의 벽면에 새겨졌고, 그 색은 바래지 않는 메시지가 되어 남았다.

현재 청소년들은 이 광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탁자에도 그래피티를 입히자는 제안, 다른 지역 청소년과의 협업 등, 가능성은 무한하다. 이 작은 공간은 이제 단지 ‘청소년의 자리’가 아니라, 청소년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출처 : www.stuttgarter-nachricht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