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건축은 기능적이고 미니멀한 모더니즘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개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현대 사회가 ‘개인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중시하게 되면서, 건축 역시 이를 반영하는 새로운 양식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흐름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픽셀리즘(Pixelism)’이라는 건축 경향이다.

픽셀리즘은 기존의 대량 생산적이고 획일화된 건축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조합되어 전체를 형성하는 모자이크적 건축 전략이다. 이 양식은 단지 구조적 조합에만 머물지 않고, 색채의 조형성과 감정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공간에 시각적 다양성과 감정적 리듬을 부여한다.

과거 모더니즘은 회색 콘크리트, 무채색 벽면, 반복된 파사드 등으로 중립적이고 비개성적인 공간을 만들었고, 이는 흔히 ‘공공성’이나 ‘기능성’이라는 명목 아래 감정의 표현을 억눌렀다. 하지만 픽셀리즘은 색채를 통해 그 억눌린 감정을 공간 안에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색은 단지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각기 다른 삶과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도구이며, 건축이 다시 인간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MVRDV의 Silodam(실로담)이다. 이 건축물은 암스테르담의 항만지대에 위치한 대형 주거단지로, 각 세대는 독립된 색채, 재료, 창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구성은 외부 파사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실로담은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픽셀화된 그래픽처럼 보이는 건물이며, 가까이서 보면 하나하나의 유닛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삶과 개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색채는 단지 미적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의미를 담는 상징적 언어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파란색 유닛은 차분하고 사적인 공간을 암시하고, 노란색은 개방성과 활력을 시각화하며, 회색이나 철제 질감은 산업적 배경과 도시 재생의 흔적을 드러낸다. 이러한 색채의 조합은 단일한 미학이 아니라, 복수의 삶을 조화롭게 담아내는 도시적 시선이다.

‘A new architectural style for the age of the individual”글에서는 또한 과거 프루이트-아이고(Pruitt-Igoe) 사례를 함께 언급하며, 모더니즘의 실패를 지적한다. 프루이트-아이고는 단일한 형태와 통제된 기능으로 도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지만, 인간의 감성, 공동체, 개성이라는 요소를 배제한 결과, 비극적인 파괴로 이어졌다. 반면 픽셀리즘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색채와 형태로 이를 드러내며, 도시 건축이 삶의 풍경이자 정체성의 무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픽셀리즘은 건축의 색채가 기능이나 장식에 머물지 않고, 감정, 사회성, 기억, 삶의 리듬을 담는 언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 흐름은 오늘날의 도시공간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사용자 또한 다원화되는 시대적 조건 속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건축은 이제, 균일한 회색 덩어리 속에 감춰졌던 인간의 삶을 다시 드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색채는, 그 드러남의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픽셀리즘은 바로 그 지점에서, 오늘날의 개인성과 도시 다양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색채적·공간적 언어로서 등장한 것이다.


출처: a-new-architectural-style-for-the-age-of-the-individu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