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단장된 독일 비티히하임(Bietigheim)의 하키 경기장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파란색 필드를 펼쳐 보이며 지역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17년간 사용된 기존 인조잔디가 마모되면서 전면 교체가 필요해졌고, 약 50만 유로에 달하는 투자 끝에 완전히 새로운 경기장이 조성되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시설의 규모나 장비가 아니라, 그 바닥이 전통적인 녹색이 아닌 ‘파란색’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경기장 주변에서는 “왜 파란색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구단 역시 이러한 관심을 예상했다는 듯, 색채 선택의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하키경기장의 색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다. 공의 속도는 빠르고 크기는 작다. 그 특성 때문에 선수, 심판, 관중 모두에게 공의 위치를 명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경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전제 조건이 된다. 기존의 녹색 바닥 위에서 사용하는 흰색 혹은 노란색 공은 때때로 배경과의 대비가 부족해, 특히 조명이 완전하지 않은 시간대에는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파란색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다. 색체 대비가 극대화되어 공이 바닥에서 떠오르듯 선명하게 드러나며,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다.
또한, 현대 스포츠에서 경기를 ‘잘 보이게 만드는 것’은 더 이상 관중석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중계 화면, 스트리밍, 분석 영상 등 다양한 매체 환경이 경기장의 색채를 하나의 기술적 장치처럼 활용한다. 촬영과 디지털 영상처리 과정에서 파란색 바닥은 색채 노이즈를 줄이고, 움직이는 요소들을 더욱 또렷하게 분리해 준다. 즉, 파란색은 현장에서의 가독성과 디지털 매체에서의 식별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색이다.
이러한 선택은 기능적 판단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포츠 시설의 색채는 점점 더 ‘정체성을 디자인하는 언어’가 되고 있다. 일상적인 녹색 대신 파란색을 선택함으로써, 이 경기장은 도시의 스포츠 문화 속에서 차별화된 존재감을 확보한다. 관습적 이미지에서 벗어난 색 하나가 지역의 스포츠 공간을 보다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장소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색채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과 의지를 드러내는 적극적 요소가 된다.
비티히하임의 파란 하키장 선택은 스포츠 환경에서 인지·기능·미학·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색을 바꿈으로써 경기의 명료함을 높이고, 도시의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며, 나아가 공공체육시설 설계에서 색채가 의미하는 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 파란 잔디는 그 자체로 지역 스포츠 문화의 새로운 장면을 열어 보이는 하나의 신호처럼 보인다.
출처 : www.stuttgarter-nachrichte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