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의 색채학 ― 조류의 눈에 비친 자동차의 세계
도심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어느 날, 유독 내 차 위에만 새똥이 떨어진 걸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운이 나쁜 걸까, 아니면 정말 특정 색의 차가 새들에게 더 눈에 띄는 걸까.
최근 서울경제 등에서 보도된 조사에 따르면, 갈색이나 붉은색 차량이 새똥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반면, 흰색이나 은색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과학적 근거가 있을까.
조류의 눈은 인간보다 한층 더 넓다
새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넓은 파장의 빛을 본다.
인간의 눈이 가시광선(약 400~700nm)에 머무는 반면, 많은 조류는 자외선(UV) 영역까지 감지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보는 자동차의 색과 새가 보는 색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메탈릭 코팅이나 유광 마감처럼 자외선을 강하게 반사하는 표면은 새의 눈에 훨씬 자극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우리 눈에는 단순한 회색이지만, 새에게는 눈부시게 반짝이는 영역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색의 차량이 ‘새똥을 더 유발한다’는 관찰에는, 그 이면에 조류의 시각 생리학적 특성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색보다 더 큰 변수, ‘위치와 맥락’
하지만 색이 전부는 아니다.
새가 하늘에서 배설할 때 위치를 선택하는 이유는 훨씬 복잡하다.
나무나 전선, 건물의 처마처럼 공중에서 안정적인 위치가 되는 곳 아래에는 자연히 배설물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즉, 색보다 공간적 요인이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눈은 대비에 민감하다.
흰색 차에 어두운 새똥이 떨어지면 훨씬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자주 묻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색채와 인식은 실제 현상과 지각된 경험 사이의 간극을 만든다.
숫자보다 어려운 실험의 세계
지금까지의 조사는 대부분 소비자 경험이나 짧은 관찰에 기반한다.
“빨간 차는 새똥이 많다”는 식의 통계는 흥미롭지만, 과학적 인과를 입증하기엔 부족하다.
엄밀히 말해 이를 검증하려면, 동일 조건(주차 위치, 조류 종, 날씨, 조도 등)을 통제한 실험이 필요하다.
또한 여러 지역과 다양한 새 종을 대상으로 한 장기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
이런 연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색채학·조류학·도시생태학이 만나는 교차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새의 행동을 ‘인간의 시선’에서 해석하려는 한계 속에서도, 우리는 색과 행동의 미묘한 연관성을 엿볼 수 있다.
색은 단지 장식이 아니다
자동차의 색은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다.
그 색은 빛을 반사하고, 생물의 눈에 포착되며, 때로는 새의 행동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한다.
새똥은 그 결과의 흔적일 뿐이다.
이쯤 되면 새똥은 단순한 오염이 아니라, ‘색채의 생태학(Ecology of Color)’이 남긴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보는 세상과 새가 보는 세상은 다르다.
주차장 위에 떨어진 한 점의 새똥이, 그 차이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참고: : www.sedaily.com
이미지 출처; news.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