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위즈파크의 좌석 색이 빨강에서 검정으로 바뀌었다. 겉으로 보면 이는 노후 시설을 정비하는 일반적인 리모델링처럼 보인다. 실제로 KT는 2026시즌을 앞두고 내야 관람 환경을 손보는 과정에서 오래 사용해 온 좌석을 교체했고, 한동안 구장의 인상으로 기억되던 빨간 좌석 대신 검은 좌석을 도입하였다. 구단은 이를 새 시즌에 맞춘 정비이자 보다 현대적이고 묵직한 이미지 형성의 일환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이 사례는 색채를 단순한 장식이나 브랜드 이미지의 표지로만 이해하는 시각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좌석 교체의 배경에는 미관상의 이유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기존의 빨간 좌석은 오랜 기간 햇빛에 노출되면서 노후화와 변색이 심해졌고, 특히 중앙 좌석 부근에서는 색이 바래고 빛이 반사되어 선수들이 공을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여기에 검정이 구단의 상징색 가운데 하나이며, 상대적으로 변색에도 강하다는 점이 더해지면서 검은 좌석이 선택되었다. 이처럼 좌석 색의 변화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 수행과 시설 유지관리, 상징 체계가 함께 맞물린 환경 설계의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환경색채의 관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같은 색이 서로 다른 사용자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야구장에서 선수에게 중요한 것은 공의 궤적을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는 시각적 배경이다. 실제로 야구장에는 타자가 흰 공을 더 쉽게 볼 수 있도록 외야 뒤편에 어두운 배경인 배터스 아이를 설치한다. 이러한 점에서 검은 좌석은 단순히 어두운 색이 아니라, 반사를 줄이고 배경을 안정시켜 경기 시야를 돕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KT의 선택은 미적 취향의 차원이라기보다 시지각 환경을 조정하려는 기능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일정한 타당성을 가진다.

하지만 환경색채는 시지각의 문제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색채는 빛의 반사와 흡수, 표면 온도, 체감 쾌적성에도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일반적으로 밝은 표면은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하고, 어두운 표면은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여 쉽게 뜨거워진다. 이 원리는 주로 지붕이나 외피 재료의 열환경 논의에서 많이 언급되지만,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는 야외 경기장 좌석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검은 좌석은 선수에게는 반사 억제와 시야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관중에게는 표면 과열과 접촉 불쾌감을 유발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사에서 제기된 “3월인데도 벌써 뜨겁다”는 반응은 바로 이러한 열환경 문제를 드러낸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색채가 하나의 공간에서 단일한 기능만 수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환경색채는 본질적으로 빛, 열, 재료, 사용 방식, 체류 시간, 상징 체계를 함께 조율하는 복합적 설계 요소이다. 그런데 이번 좌석 교체는 선수의 시야 확보라는 기능적 요구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장시간 머무는 관중의 열적 쾌적성과 접촉 경험은 상대적으로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검정이라는 색채가 한쪽에는 시지각적 해법으로 작용하면서도, 다른 한쪽에는 서비스 경험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례는 환경색채의 다층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국 색채는 단순히 보이는 표면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과 행동을 조직하는 환경 조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사례는 색채 설계에서 무엇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색이 더 세련되거나 상징적인가가 아니라, 어떤 색이 누구에게 어떤 환경적 성능을 제공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보다 바람직한 대안은 검정 일변도의 선택보다는 저반사성과 저과열성을 함께 고려한 재료 선정, 표면 코팅, 부분 차양, 구역별 차등 색채 전략과 같은 복합적 접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례는 공공 체류공간에서 색채가 단지 미관이나 상징의 문제가 아니라, 시지각 성능과 열적 쾌적성, 나아가 이용자 경험 전반을 함께 다루어야 하는 환경 설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논란은 좋은 환경색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좋은 색채 계획은 상징성과 기능성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요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그 균형을 세심하게 조정하는 일에 가깝다. 저반사 재료, 표면 처리, 차양 계획, 구역별 색채 조정과 같은 보완책이 함께 논의되었다면, 이번 변화는 훨씬 더 설득력 있는 환경 설계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KT위즈파크 사례는 색채를 단지 ‘보는 것’으로만 다루는 설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공공공간에서 색을 어떤 기준으로 다루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참고: m.news.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