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점차 색을 잃어가고 있다. 브라질 에스피리투산투의 유칼립투스 농장에서 관찰된 나비의 날개는 더 이상 금속성의 푸른빛을 띠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단순화된 식생 구조 속에서, 화려한 종이 사라지고 채도가 낮은 종만이 남았다. 이는 단순한 미적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 복잡성의 붕괴를 드러내는 시각적 신호다.
해양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난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산호초의 84%가 표백되었고, 라 레위니옹에서는 92%에 달한다. 흰색은 생명의 색이 아니라 죽음과 스트레스의 징후다. 유럽의 숲도 마찬가지다. 스콜리트 피해로 갈색으로 변한 전나무, 조기 황변하는 참나무는 토양 피로와 기후변화의 누적된 결과다.

산호 백화 현상은 높은 수온, 오염, 해양 산성화 등의 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산호가 공생 조류인 조산테라를 배출할 때 발생한다.
이 탈색은 기후변화·산림 파괴·균질화된 산업 생태계가 초래한 구조적 결과로, 생물종의 기능적 다양성과 색채 표현의 생물학적 기반을 동시에 약화시킨다. 생물들은 열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색을 옅게 변화시키며, 진화마저 환경 붕괴의 리듬에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복원 가능성도 있다. 브라질 일부 복원 지역에서는 30년 만에 다시 색의 회귀 현상이 관찰된다. 이는 서식지 복원과 온실가스 감축이 병행될 때 가능하다. 결국 자연의 색을 되찾는 일은 지구 생명망의 복잡성과 감각적 풍요를 회복하는 일이다.
자연의 탈색과 시각적 지표로서의 색채: 라틴아메리카 생물다양성 감소 시각화

이 이미지는 Living Planet Index 2024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 「Biodiversity Stripes」의 일부로, 1970년부터 2020년까지 라틴아메리카 생물다양성이 95% 감소한 과정을 색의 변화로 표현한 시각 자료이다.
좌측의 생기 있는 녹색은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상징하고, 시간이 흐르며 점차 노란색·회색으로 옅어지는 구간은 종의 소멸과 생태적 복잡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 색채의 퇴색은 단순한 미적 변화가 아니라 생태계의 생명력 감소를 시각화한 지표다. 녹색에서 회색으로의 변주는, 숲의 단일화·해양 산호의 표백·곤충의 색 저하 등 자연계의 구조적 쇠퇴와 병행된다.
결국 이 이미지는 데이터 시각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색의 사라짐은 곧 감각적 세계의 빈곤화이자 생태적 위기의 상징이다. 「La Dépeche」의 기사 「Des papillons ternes aux coraux blanchis」가 지적하듯, 자연의 탈색은 생명의 언어가 침묵해 가는 과정이며, 이 그래픽은 그 침묵의 리듬을 색조로 기록한 시각적 연대기다.
출처 : www.ladepech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