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nipponpaint.com.]

2010년대와 2020년대 초반, 인테리어 디자인의 왕좌를 차지한 것은 단연 ‘밀레니얼 그레이’였다. 회색 톤으로만 구성된 단색 팔레트가 특징인 이 색은 미니멀리즘 물결처럼 벽과 가구, 데코 전반을 휩쓸었다.

1990년대의 따뜻한 베이지와 다채로운 디자인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 회색은 현대성을 상징하게 되었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단조로움을 대변하는 색이 되었다. 결국 평론가들은 이를 “우울하고 침울한 색조”라고 부르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제 회색의 인기가 시들어가면서 새롭게 떠오른 색이 있다. 바로 그린이다. 세이지, 올리브, 포레스트 그린 등 다양한 톤의 그린이 틱톡 리모델링 영상부터 고급 잡지 화보까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데, 이처럼 회색에서 초록색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밀레니얼 그린’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35세 제시카 워드 역시, 회색을 초록색으로 교체하는 수많은 밀레니얼 세대 중 한 명이다. 화제를 모은 그녀의 틱톡 영상에서, 제시카는 집안 곳곳을 차분한 회색 톤에서 생동감 넘치는 초록색으로 바꾼 과정을 소개했고, 이 이야기는 수천 명의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제시카 워드가 욕실에서 찍은 사진. 그녀는 새로운 ‘밀레니얼 그린’ 컬러 트렌드를 제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퍼플머리선생님/TikTok

“최근에 머리를 초록색으로 염색했고, 비슷한 색의 스웨트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워드는 Newsweek에 이렇게 말했다.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다가 ‘어머,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생각했죠.”

그녀의 욕실 리모델링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그 전까지 남편과 제가 지난 10년 동안 페인트칠한 모든 방은 결국 회색 톤이었거든요.”라고 워드는 말한다.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색을 선택해본 거예요.”

하지만 그 깨달음은 집에서 끝나지 않았다. 워드는 이후 어디를 가든 초록색 열풍이 불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모도 거의 같은 초록색으로 욕실을 칠했고, 친구는 거실을 비슷한 색으로 칠했어요. 또 다른 친구는 악센트 월로 초록색을 골랐더라고요. 계속해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틱톡에서 61만 3천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밀레니얼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했다.

“이런… 왜 자꾸 초록색 인테리어에 끌리는지 궁금했는데,”라고 dovasari_90이 댓글을 달았고, 시청자 Bri는 “난 내가 유니크한 줄 알았는데,”라고 답했다.

Helen은 “이제 나만 콕 찍힌 느낌이에요. 10년 전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 거실을 회색으로 칠했는데, 이제는 어둡고 분위기 있는 초록색으로 바꿀 계획이랍니다”라고 썼다.

과연 초록색이 새로운 ‘밀레니얼 그레이’가 될까?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29세에서 44세에 이르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초록색 톤이 회색을 제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초록색이 새로운 ‘밀레니얼 그레이’로 자리 잡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도 있고요.” Academized.com의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사 파울러(Martha Fowler)는 Newsweek에 이렇게 말했다. “세이지 그린(sage green)이나 브라운 같은 자연을 닮은 색은 우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세계와 스크린이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모두가 그토록 갈망하는 평온함과 자연과의 재연결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러한 의견에 커스텀 홈 디자인(Custom Home Design)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니나 리히텐슈타인(Nina Lichtenstein)도 공감했다. 그녀는 Newsweek에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가 밀레니얼 그레이에서 초록색으로 변화하고 있는 건, 사람들이 집이 주는 분위기에 대한 바람이 전반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세이지, 올리브, 그리고 은은한 유칼립투스 톤은 회색이 주는 중립성과 더불어, 추가적인 따스함과 자연과의 깊은 연결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초록색 인테리어 요소로는 세이지 색의 주방 캐비닛, 벨벳 소파, 욕실 타일 등이 손꼽히며, 종종 자연스러운 나무 마감재와 어우러져 스파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파울러는 설명했다. 다이닝룸이나 홈 오피스 역시 에메랄드와 포레스트 톤으로 새 단장을 하는 추세다. “물론 식물은 그 자체로 최고의 ‘초록색 인테리어’ 아이템입니다. 어떤 공간이든 생기를 더해주니까요.”라고 파울러는 덧붙였다.

워드에게 있어 이러한 트렌드의 폭발적 인기 역시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전혀 후회가 없어요. 오히려 앞으로 집 안에 초록색을 더 많이 추가할 생각입니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사람들은 이런 트렌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유니크함’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냥 재미있게 꾸미시고, 본인을 기쁘게 하는 색으로 칠해보세요!”


출처 : www.news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