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상업공간의 미덕은 절제와 정돈이었다. 흰색과 회색, 검은색으로 구성한 공간은 세련되고 효율적인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채색 미니멀리즘은 어느 공간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만큼 장소의 개성과 정서적 온도를 약화하는 한계도 드러냈다.

2026년 시카고에서 열린 네오콘(NeoCon)과 디자인 데이즈(Design Days)는 이러한 변화가 뚜렷해진 현장이었다. 옥스블러드와 베리색, 페리윙클, 코발트블루, 에버그린, 주황, 코코아 브라운처럼 깊고 선명한 색들이 가구와 직물, 조명, 벽면을 채웠다. 색은 더 이상 작은 소품에 머물지 않고 공간의 인상을 결정하는 중심 요소로 들어왔다.

이러한 흐름을 단순한 유채색의 유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색채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색은 공간을 완성하는 장식이 아니라 분위기와 행동을 조절하는 설계 요소가 되었다. 짙은 녹색과 붉은 갈색, 청보라와 주황처럼 색온도와 명도 차이가 큰 배색은 공간에 긴장과 활력을 만든다. 크롬과 밝은 니켈 같은 반사성 금속은 빛과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주변 색을 받아들이며 공간의 표정을 변화시킨다.

벽과 가구, 커튼과 조명까지 비슷한 계열의 색으로 감싸는 ‘컬러 드렌칭(Color Drenching)’도 주목할 만하다. 이전에는 강한 색을 의자나 소품에 제한적으로 사용했다면, 이제는 하나의 색채 체계가 공간 전체를 조직한다. 반복되는 색은 시각적 통일감을 높이고, 이용자가 장소의 분위기에 깊이 몰입하도록 돕는다. 색채가 공간의 배경에서 구조로 이동한 셈이다.

재료와 형태의 변화도 색채의 확장을 뒷받침한다. 직선적이고 차가운 형태 대신 둥근 좌석과 곡선형 가구가 늘었다. 부드러운 직물과 풍부한 패턴, 장식 조명과 식물이 함께 배치되면서 공간에는 촉각적이고 정서적인 층위가 더해졌다. 이는 미니멀리즘을 완전히 벗어나는 변화라기보다, 정돈된 구조에 색과 질감, 장식을 겹쳐 새로운 풍부함을 만드는 방식에 가깝다.

업무공간과 교육시설, 의료공간에 호텔과 주거공간의 감성이 스며드는 현상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사람들은 기능만 충족하는 공간보다 편안하게 머물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감정을 환기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색채는 공간의 긴장을 낮추고 친밀감을 높이며, 이용자가 장소를 기억하게 한다. 소속감과 장소 정체성도 이러한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2026년의 공간 색채는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이동하는 단순한 양식 변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색을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그 색이 어떤 감정을 만들고, 어떤 행동과 관계를 이끄는가에 있다. 무채색 공간이 색을 되찾는 현상은 사람들이 다시 장식을 원해서가 아니다. 머물고 싶은 공간, 기억할 수 있는 장소, 자신과 관계 맺을 수 있는 환경을 원하기 때문이다. 색채는 다시 사람과 공간의 관계를 설계하는 언어가 되고 있다.


출처: BWBR. (2026, July 7). Trend Report: 2026 Design Days + Neo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