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하면 흔히 〈씨름〉의 활기와 〈서당〉의 익살스러운 장면을 떠올린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의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는 그를 서민의 일상을 그린 풍속화가로만 기억해 온 시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풍속화와 산수화, 인물화, 화조화를 함께 살피면서 김홍도가 색과 먹, 선과 여백을 통해 시대의 감각을 어떻게 화면에 담았는지 보여준다.
전시에서는 보물 《단원풍속도첩》의 〈씨름〉과 〈무동〉을 비롯해 〈기로세련계도〉, 〈총석정도〉, 〈노매도〉 등을 만날 수 있다. 작품마다 색채의 비중과 역할은 다르지만, 김홍도는 강한 색을 넓게 펼치기보다 필요한 지점에 선택적으로 배치한다. 색은 대상을 사실적으로 채색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인물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시선을 이끌며 화면의 분위기를 조절한다.
〈무동〉에서는 녹색 옷과 붉은 신발의 대비가 춤추는 인물의 동작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넓은 화면에서 부분적으로 사용한 색은 인물의 위치와 움직임을 강조하며, 주변 인물과의 시각적 관계도 형성한다. 색의 양은 적지만 그 효과는 강하다. 이는 전통회화에서 색채의 중요성이 사용 면적보다 배치와 대비에서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총석정도〉에서는 채색보다 먹의 농담이 공간을 만든다. 짙고 옅은 먹, 번짐과 여백이 겹치면서 바위와 파도, 안개 사이의 거리감이 형성된다. 이때 먹은 단순한 무채색이 아니라 밝기와 농도, 습윤의 차이를 지닌 색채로 기능한다. 〈노매도〉에서도 거친 먹선과 짙은 농담, 부분적으로 더해진 노란색이 노매의 생명력과 계절의 기운을 드러낸다.
김홍도의 그림에서 색채는 화려함보다 절제에 가깝다. 그는 제한된 색과 먹의 미세한 차이를 활용해 사람의 몸짓과 공간의 깊이, 계절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이러한 색채 운용은 전통회화의 색을 단순히 고유색이나 장식색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게 한다. 김홍도의 색은 형태를 보조하는 요소가 아니라 화면의 리듬과 감정, 시대의 생활감을 조직하는 시각 언어였다.
전시는 2026년 8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실 회화Ⅱ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