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스타이컨(Edward Steichen, 1879~1973)은 20세기 사진사의 변화를 이끈 사진가다. 그는 회화적 사진을 추구한 픽토리얼리즘의 선구자였으며, 『보그』와 『배니티 페어』에서 당대의 유명 인사를 촬영했다. 1955년에는 뉴욕현대미술관의 기념비적인 전시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을 기획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세계 한편에는 사진가라는 공식적인 이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삶이 자리한다. 바로 정원사이자 원예 육종가로서의 삶이다.

1938년 아내 다나 스타이컨이 촬영한 사진에는 작업 장갑을 끼고 델피늄 사이에 몸을 굽힌 스타이컨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흰색 꽃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흰 델피늄과 짙은 보라색 품종을 교배하고 있었다. 미국 코네티컷의 움파워그 농장(Umpawaug Farm)은 그에게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었다. 식물의 생장과 형태, 색의 변화를 관찰하고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작업실이었다.

Edward Steichen, 해바라기 꽃다발, 미국, 1963. MNAHA 룩셈부르크 컬렉션 © 2026 The Estate of Edward Steichen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스타이컨은 델피늄을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마다 재배하고 교배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꽃밭에는 깊은 파랑과 자주, 연보라와 흰색에 가까운 분홍이 층층이 이어졌다. 어두운 침엽수를 배경으로 세워진 꽃의 색은 각각 분리되면서도 하나의 색채 장면을 이룬다. 이 색들은 자연이 우연히 만든 결과가 아니라, 생물의 시간과 인간의 선택이 오랫동안 겹쳐진 결과다.

그가 해바라기에서 주목한 것은 강렬한 노랑과 주황만이 아니었다. 방사형으로 펼쳐진 꽃잎의 기하학적 구조와 검은 배경 사이의 대비였다. 1963년의 사진 〈해바라기 꽃다발〉에서 주황빛 꽃잎은 짙은 어둠 속에서 떠오르며, 빛은 색을 밝히는 수단을 넘어 형태와 물질감을 조직한다. 화가로 출발한 스타이컨에게 사진의 색과 명암은 대상을 기록하는 요소가 아니라 화면을 구성하는 조형 언어였다.

그의 관찰은 한 계절에 머물지 않았다. 스타이컨은 약 10년에 걸쳐 농장의 같은 아멜란키에 나무를 여러 계절과 빛 속에서 반복해 촬영하고 영상으로 남겼다. 미완성 프로젝트 〈섀드블로 트리(The Shadblow Tree)〉에는 한 그루의 나무를 오랜 친구처럼 바라본 시선이 담겨 있다. 여든 살이 넘은 사진가는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꽃이 피고 잎이 변하며 가지가 다시 드러나는 순간을 기다렸다.

그에게 원예와 사진은 서로 다른 활동이 아니었다. 원예가 생명을 가꾸며 자연의 색과 형태에 개입하는 일이었다면, 사진은 그 변화가 드러나는 순간을 빛으로 붙잡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이었다. 정원에서 색은 고정된 표면이 아니라 생장하고 교배되며 계절에 따라 사라졌다가 돌아오는 시간의 흔적이었다. 스타이컨의 비밀스러운 정원은 좋은 사진이 순간을 빠르게 포착하는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때로 사진은 한 그루의 나무와 한 송이의 꽃이 변하는 시간을 오래 지켜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자연(La Nature d’Edward Steichen)》전은 약 70점의 사진과 자료를 통해 이러한 면모를 조명한다. 프랑스 아를의 라 메카니크 제네랄에서 2026년 10월 4일까지 열린다


출처: Cuénin, J. (2026, July 13). Plantes vertes et fleurs de couleur: Le jardin secret d’Edward Steichen. Blind Magazine

사진: 1938년. 스푸어키스 컬렉션. © 2026 에드워드 스타이켄 재단 / 아티스트 라이츠 소사이어티(ARS), 뉴욕. / 에드워드 스타이켄, 델피늄, 1940. 조지 이스트먼 미술관 소장 © 2026 에드워드 스타이켄 재단 / 아티스트 라이츠 소사이어티(ARS), 뉴욕

이 글은 조나스 퀴에냉(Jonas Cuénin)이 2026년 7월 13일 『Blind Magazine』에 게재한 「녹색 식물과 다채로운 꽃: 에드워드 스타이컨의 비밀 정원」을 바탕으로 내용을 재구성하고, 색채와 자연 관찰의 관점에서 보완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