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을 수 있는 예술”… 뮐하임에 설치된 예페 하인의 보라색 벤치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뮐하임(Mülheim an der Ruhr)에 독특한 형태의 벤치가 등장했다. 마치 조각 작품처럼 생긴 이 벤치는 단순한 도시 가구가 아니다. 바로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예페 하인(Jeppe Hein)의 작품으로, 도시 공간 속 예술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예술과 벤치가 만났을 때

예페 하인은 ‘앉을 수 있는 예술’, 즉 일상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드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전통적인 벤치의 형태를 해체하고, 그것을 다시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조합해왔다. 그의 벤치들은 똑바로 놓인 평범한 구조가 아니다. 때로는 벤치가 구불구불하거나, 중간이 끊겨 있거나,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꺾여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건 뭐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고, 직접 앉거나 기대며 예술과 상호작용하도록 유도한다.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소통의 공간

하인의 벤치는 사람들을 단순히 쉬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비틀어진 구조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마주 보게 하고,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낯선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벤치를 따라 뛰어다니며 예술을 놀이처럼 받아들인다. 즉, 그의 벤치는 도시 공간에서 소통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조각’ 역할을 한다.

보라색의 의미: 도시 속 희망을 담다

이번에 뮐하임에 설치된 하인의 벤치는 특히 ‘색채’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벤치 전체가 선명한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이 색은 작가가 도시와 공간의 맥락에 맞춰 직접 선택한 것이다.

보라색은 일반적으로 상상력, 창의성, 치유,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다. 회색빛 콘크리트와 단조로운 건물들이 많은 도심 속에서 이 보라색 벤치는 시각적으로 매우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 자체로 하나의 신호가 되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무심코 지나치던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하인 측은 “보라색은 뮐하임 시민들에게 희망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색이며, 모두가 머무를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아티스트 웹사이트의 카탈로그: 다양한 모양과 색의 벤치 – 전 세계 사진: 뮐하임 미술 협회 및 라인-루르 미술 진흥 협회 – KKRR

도심 속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

예페 하인의 벤치는 이미 뉴욕, 런던, 코펜하겐, 베를린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설치되어 있다. 그의 작품은 전시장 안에서만 볼 수 있는 미술이 아니라, 길거리와 공원, 광장에서 누구나 직접 앉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열린 예술’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뮐하임 시 문화 담당자는 “하인의 작품은 시민 누구나 예술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참여할 수 있게 만든다”며 “도시가 단순한 생활 공간을 넘어, 창의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무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치는 단순한 벤치 하나가 도시 환경과 시민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예술은 벽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서 시민과 함께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지금, 뮐하임의 거리 한복판에서 그 예술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다.


출처 : www.lokalkompass.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