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생존의 신호가 되는 방식

여름에는 밝은색 옷을 입어야 모기에 덜 물린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흔히 모기가 밝은색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를 색채에 대한 선호나 혐오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모기에게 색은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먹잇감과 주변 환경을 구별하는 생태적 단서에 가깝다.

모기는 색만으로 흡혈 대상을 찾지 않는다. 사람이 내쉬는 이산화탄소와 체온, 땀과 체취를 먼저 감지한 뒤 시각 정보를 활용해 대상의 위치를 확인한다. 색채는 독립적인 유인 요인이라기보다 후각과 열 감각을 통해 사람의 존재를 인식한 이후 작동하는 보조 신호다.

2022년 발표된 이집트숲 모기 연구에서는 이러한 감각의 연계 과정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모기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한 뒤 검정·빨강·주황 계열에 강한 반응을 보였으며, 녹색·청색·보라색과 흰색에는 상대적으로 적게 반응했다. 이산화탄소가 없는 조건에서는 특정 색에 대한 반응도 뚜렷하지 않았다. 후각적 자극이 시각적 탐색을 활성화한 것이다.

검정에 대한 반응은 색상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명암 대비와 관련이 있다. 검은색 옷은 밝은 환경에서 주변 배경과 뚜렷한 대비를 형성해 신체의 윤곽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반면 흰색이나 베이지색처럼 밝고 옅은 색은 배경과의 대비를 줄여 시각적 표적을 상대적으로 덜 선명하게 만든다. 밝은 옷이 모기를 직접 쫓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모기가 사람을 발견할 가능성을 낮추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빨강과 주황에 대한 반응은 인간의 피부가 반사하는 빛의 파장과 관련된다. 사람의 피부는 피부색의 차이와 관계없이 적색과 주황색에 가까운 장파장 영역의 빛을 반사한다. 인간의 눈에는 서로 다른 피부색으로 보이더라도 모기의 시각 체계에서는 유사한 장파장 신호로 감지될 수 있다. 모기가 빨강과 주황에 반응하는 현상은 색채 선호라기보다 인간의 피부를 탐지하는 시각적 적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색의 의미가 지각 주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에게 빨강은 열정·위험·금지와 같은 문화적 의미를 지니며, 검정은 권위·엄숙함·세련됨을 나타내기도 한다. 모기에게 빨강과 검정은 문화적 상징이 아니라 흡혈 대상의 존재와 위치를 알려주는 정보다. 동일한 색이라도 그것을 지각하는 생물의 감각 체계와 생존 조건에 따라 기능과 의미가 달라진다.

색채에 대한 모기의 반응은 색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색의 밝기와 주변 배경의 대비, 조명, 거리, 움직임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흰색 옷도 어두운 배경에서는 강한 대비를 만들 수 있으며,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옷의 색보다 체온과 냄새가 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모기의 종과 활동 시간, 서식 환경에 따라서도 반응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모기는 밝은색을 싫어한다’는 말은 모기의 복합적인 감각 행동을 단순화한 표현이다. 밝은색 옷은 모기의 시각적 탐색을 줄이는 하나의 조건이 될 수 있지만, 흡혈을 막는 직접적인 수단은 아니다. 피부 노출을 줄이고 방충제를 사용하며 주변의 고인 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더욱 효과적이다.

모기가 색을 감지하는 방식은 인간의 색채 경험과 다르다. 인간에게 색이 감정과 취향을 표현하는 언어라면, 모기에게 색은 먹잇감을 탐색하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감각 정보다. 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를 지니기보다 그것을 지각하는 생명체와 환경의 관계 속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갖는다.


참고문헌: 
Alonso San Alberto, D., Rusch, C., Zhan, Y., Straw, A. D., Montell, C., & Riffell, J. A. (2022). The olfactory gating of visual preferences to human skin and visible spectra in mosquitoes. Nature Communications, 13, 555.
University of Washington. (2022, February 4). Mosquitoes are seeing red: Why new findings about their vision could help you hide from these disease vectors.
사진: 카일리 리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