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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의 색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화장품 브랜드는 새로운 색을 개발하면서 소비자의 취향과 유행을 반영하고, 오랫동안 유지해 온 고유한 이미지도 이어간다. 특히 빨간색은 립스틱을 대표하는 색이지만, 색상과 명도, 채도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화장품의 유행뿐 아니라 색채를 구현하는 기술과 브랜드의 미적 가치가 변화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2026년 10월 16일 국제학술지 Color Research & Application에 발표된 「Chanel’s Lipsticks Color Trend Evolution From 1960 Until Today」는 이러한 변화를 색채계측의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다. 연구진인 엘렌 드 클레르몽갈르랑드(Hélène de Clermont-Gallerande)와 줄리 데이디에(Julie Deydier)는 1960년부터 2020년까지 샤넬 립스틱의 색채자료 513종을 분석하여 약 60년에 걸친 색채의 변화를 살펴보았다.

연구에서는 초기 립스틱 가운데 일부 실물이 보존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당시의 색표를 분석자료로 활용했다. 먼저 보존된 립스틱 146개와 해당 인쇄 색표의 색을 비교하여 색표가 과거 제품의 색을 어느 정도 재현하는지 확인했다. 색채 측정에는 X-Rite VS450 비접촉 분광광도계를 사용했으며, 45°:0° 측정 기하조건과 6mm 측정 영역, CIE 표준광원 D65, 10° 표준관찰자 조건을 적용했다. 측정 결과는 CIELAB 색공간에서 분석하고, 실물과 색표 사이의 차이는 CIEDE2000 색차(ΔE00)로 평가했다.

비교 결과 평균 색차는 3.12였으며, 전체 비교 쌍의 64.4%가 ΔE00 3 이하, 85.6%가 5 이하로 나타났다. 이는 인쇄 색표와 실제 립스틱 사이에 일정한 색차가 존재하지만, 보존된 색표가 과거의 색채 특성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인쇄 색표가 립스틱의 실제 색을 완전히 재현하는 것은 아니므로, 분석 결과를 해석할 때 이러한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은 전체 513종의 색채자료에 자연색체계(Natural Color System, NCS)를 적용하여 색상과 검정색도(blackness), 유채색도(chromaticness)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노란 기가 있는 빨강 계열이 지속적으로 우세했으며, 채도가 높은 빨강도 자주 나타났다. 반면 푸른 기가 있는 빨강 계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샤넬 립스틱의 색채 구성에서 특정한 빨강 계열이 오랫동안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시대에 따른 변화도 확인되었다. NCS 검정색도는 1972년 이후 전반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1995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검정색도가 매우 높은 색채가 두드러졌다. 색상 수 역시 1960년 12종에서 2005년 55종으로 증가한 뒤 다시 감소했다. 이러한 결과는 립스틱의 색채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반복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색의 다양성과 명도 특성이 변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화장품 제조기술의 발전과 시대별 미적 경향, 샤넬 고유의 창작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립스틱의 색은 안료의 선택뿐 아니라 제형과 광택, 불투명도, 발색 특성 등 여러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인쇄 색상표의 색채를 중심으로 분석했으므로, 펄감이나 광택, 마감에 따른 차이까지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했다.

색채마케팅의 관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브랜드가 오랜 기간 어떤 색채를 선택하고 변화시켜 왔는지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샤넬 립스틱에서는 노란 기가 있는 빨강 계열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시대에 따라 검정색도와 색상 수가 변화했다. 이는 브랜드가 일정한 색채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색채를 제품에 적용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별 미적 취향과 브랜드의 색채 선택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색채는 로고나 패키지에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색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그러나 화장품처럼 색 자체가 상품의 중요한 특성인 분야에서는 제품에 사용된 다양한 색채와 그 변화의 역사도 브랜드의 자산이 될 수 있다. 특히 장기간 반복적으로 사용된 색채와 특정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색채를 구분하면 브랜드의 색채 특성과 시대별 제품 구성의 변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색채의 정량적 분석은 이러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과거 제품의 색채값을 기록하고 비교하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기존 색채와의 관계를 검토할 수 있다. 또한 색채의 변화와 반복 양상을 분석함으로써 브랜드가 축적해 온 색채의 특성을 파악하고, 새로운 색채를 기획하는 데 참고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샤넬 립스틱에 사용된 색채가 지난 60년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구체적인 측정 자료로 보여준다. 특히 빨강 계열이 오랫동안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색채의 특성과 종류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분석은 브랜드가 축적해 온 색채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새로운 제품의 색채 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de Clermont-Gallerande, H., & Deydier, J. (2026). Chanel’s lipsticks color trend evolution from 1960 until today. Color Research & Application. Advance online publ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