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과 초록은 일반적으로 차분함과 안정감을 전달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빨강과 주황 같은 따뜻한 색은 활력과 흥분, 심리적 각성을 높이는 색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구분은 색채심리학과 마케팅에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으며, 브랜드 로고와 제품 포장, 광고의 색채를 결정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차가운 색도 조합 방식에 따라 소비자의 각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시에나대학교의 나디샤 반다라(Nadeesha H. Bandara)와 공동연구진은 2026년 10월 27일 《Journal of the Academy of Marketing Science》에 발표한 논문 「Color me aroused while keeping the cool」에서 여러 차가운 색을 함께 사용한 로고가 소비자의 호기심과 심리적 각성, 구매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차가운 색의 조합이 만드는 새로운 반응

연구진은 총 1,724명이 참여한 8개의 실험을 통해 단일 색으로 구성된 로고와 여러 색을 조합한 로고를 비교했다. 실험에는 초록색 하나를 사용한 로고, 서로 다른 초록색을 조합한 로고, 파랑·초록·보라를 함께 사용한 로고, 빨간색 로고 등이 포함되었다. 연구 결과, 파랑·초록·보라를 조합한 로고는 단일 초록색 로고보다 높은 심리적 각성을 유발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여러 차가운 색을 조합한 로고가 빨간색 로고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각성 반응을 나타냈다. 반면 따뜻한 색에서는 색의 수를 늘리는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시각적 복잡성과 호기심의 관계로 설명했다. 여러 차가운 색이 하나의 로고 안에 배치되면 단일 색보다 시각적으로 복잡한 구성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구성이 소비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고, 높아진 호기심이 심리적 각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성은 반드시 강한 흥분이나 불쾌한 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각적 자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도 각성 반응에 포함된다.

시각적 관심은 실제 구매행동으로 이어질까

연구진은 설문을 통한 주관적 평가와 함께 시선추적, 동공 확장, 피부전도반응 등 생리적 측정 방법을 활용했다. 실험 참가자가 로고를 얼마나 오래 바라보는지, 시각적 자극에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함께 살펴본 것이다. 생리적 측정에서도 여러 차가운 색을 조합한 로고의 주의 유도 및 각성 효과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파랑·초록·보라의 명도와 채도에 변화를 준 로고는 참가자의 시선을 비교적 오래 끌었으며, 선호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반응은 실제 제품을 선택하는 실험에서도 관찰되었다. 연구진은 초콜릿 포장에 서로 다른 색채 로고를 적용해 참가자들의 선택을 비교했다. 여러 차가운 색을 조합한 로고가 부착된 제품은 단일 초록색 로고의 제품보다 더 자주 선택되었다. 에너지음료와 생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다색 로고는 더 높은 호기심과 각성을 유발했으며, 지불의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환경에서 진행한 현장실험에서는 로고 색채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하는 콘텐츠의 유형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로고의 색채 구성이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과정과 실제 선택행동에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험에서 나타난 지불의사와 선택의 차이가 모든 시장에서 지속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해석하기에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그림. 로고의 색채 조합에 따른 소비자의 주의와 생리적 각성 반응]

단일 초록색, 여러 초록색의 조합, 파랑·초록·보라의 조합, 빨강으로 구성된 다섯 가지 로고를 비교한 실험이다. 채도와 밝기가 다양한 파랑·초록·보라 조합(BGVU)은 최초 응시까지 걸린 시간이 가장 짧고 응시 지속시간이 가장 길었다. 반면 파랑·초록·보라 조합(BGV)은 피부전도반응의 피크 횟수와 진폭이 가장 높아 빨강보다 높은 생리적 각성 수치를 나타냈다. 이 결과는 차가운 색도 조합과 시각적 구성에 따라 소비자의 주의와 각성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Bandara et al. (2026), Table 4.

브랜드 색채는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브랜드 디자인에서는 개별 색에 부여된 이미지가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파랑은 신뢰와 전문성, 초록은 자연과 건강, 빨강은 활력과 열정 등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사용된다. 이러한 연상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성격을 표현하는 데 유용하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 색채의 조합이라는 또 하나의 관점을 더한다. 같은 차가운 색이라도 하나의 색으로 구성했을 때와 서로 다른 색을 함께 배치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시각적 자극과 호기심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정감과 신뢰를 전달하려는 브랜드가 파랑을 기본색으로 사용하더라도 초록이나 보라를 적절히 조합하면 브랜드의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시각적 관심을 높이는 방향을 탐색할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의 로고, 제품 포장, 모바일 화면처럼 소비자가 짧은 시간에 시각적 정보를 접하는 환경에서도 이러한 접근을 검토할 만하다.

다만 색의 수가 많아질수록 항상 긍정적인 효과가 커지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성격과 제품의 특성, 색상 간 관계, 명도와 채도, 전체 디자인의 복잡성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연구에서 확인된 효과 역시 특정한 로고 구성과 실험 조건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색채마케팅에서 색의 심리적 효과를 이해하려면 개별 색이 지닌 일반적인 연상과 함께 색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배치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파랑과 초록이 주는 안정감, 빨강이 전달하는 활력이라는 기존의 색채 이미지는 여전히 유용하다. 여기에 색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호기심과 각성의 효과를 함께 고려하면 소비자의 색채 경험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출처: Bandara, N. H., Miller, E. G., Milne, G. R., & Labrecque, L. I. (2026). Color me aroused while keeping the cool. Journal of the Academy of Marketing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