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흰빛인데 왜 색이 다르게 보일까?
같은 백색광이라도 빛을 구성하는 파장의 비율에 따라 물체의 색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시각의 변화는 색을 구별하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이러한 연령별 시각 특성을 고려하여 고령자의 색 구별 능력을 개선하는 조명 설계 연구가 발표되었다.
2026년 중국 푸단대학교(Fudan University)와 조명기업 오플라이팅(OPPLE Lighting) 공동연구진은 고령자의 색채지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조명 설계 방법을 개발했다. 국제학술지 Optics Express에 발표된 이 연구는 백색광의 분광분포를 조절하여 고령자가 비슷한 색을 더 쉽게 구별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실제 실험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
나이가 들면 달라지는 색채지각
사람은 눈의 망막에 있는 원추세포를 통해 빛의 파장 차이를 감지하고 색을 구별한다. 이 과정에서 수정체는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양과 파장 구성에 영향을 준다. 나이가 들면 수정체가 점차 황색을 띠면서 청색 계열의 짧은 파장을 더 많이 흡수한다. 그 결과 망막에 도달하는 빛의 특성이 달라지고, 비슷한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감소할 수 있다.
일반적인 조명 설계에서는 빛의 색을 나타내는 색온도와 물체의 색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되는지를 평가하는 연색성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러나 색온도와 연색성이 비슷한 조명이라도 실제 파장 구성은 다를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조명 아래에서도 관찰자의 연령과 시각적 특성에 따라 색을 구별하는 능력에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조명의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고령자의 시각적 특성까지 반영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고령자의 시각 변화와 백색광의 분광설계를 설명하는 연구 이미지. 이미지 출처: Qi Dai, Fudan University. 실제 고령자의 시각을 정밀하게 재현한 영상이 아닌 개념도이다.
백색광의 파장 구성을 조절한 실험
연구진은 연령에 따른 시각 변화와 조명의 분광분포를 반영한 계산모델을 개발했다. 약 5,000K의 백색광 조건에서 서로 다른 파장으로 구성된 11,541개의 조명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고령자의 색 구별 능력을 개선할 것으로 예측되는 두 가지 조명 조건을 선정했다. 선정된 조명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70세 이상 성인 34명을 대상으로 색 배열 검사를 실시했다. 실험에서는 색온도와 조도를 거의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조명의 분광분포에 차이를 두었다. 비교 기준으로는 표준 주광 D50을 모사한 일반적인 백색광을 사용했다.
실험 결과, 첫 번째 조명 조건에서는 참가자 34명 가운데 26명(76.5%)이 기존 조명보다 높은 색 구별 성능을 보였다. 두 번째 조건에서도 22명(64.7%)의 색 구별 능력이 개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조명의 밝기나 색온도가 비슷하더라도 빛을 구성하는 파장의 비율에 따라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고령자의 시각적 특성을 고려한 분광설계가 색채지각을 개선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령자의 시각을 고려한 조명 설계
색을 구별하는 능력은 일상생활의 여러 활동과 관련된다. 의복의 색을 선택하거나 식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비슷한 색으로 표시된 생활용품을 구별할 때도 색채지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고령자의 색 구별 능력을 지원하는 조명은 주거공간뿐 아니라 요양시설과 의료시설 등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조명 설계의 평가 기준을 이용자의 시각적 특성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반적인 조명 설계가 색온도와 연색성, 조도 등 빛의 특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연구진은 이러한 조건을 유지하면서 고령자가 색을 얼마나 잘 구별할 수 있는지도 함께 고려했다.
다만 이번 실험은 34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제한된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실제 생활공간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서로 다른 연령층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도 적절한 조명 조건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색채디자인에서는 색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과 함께 사람들이 그 색을 어떻게 지각하는지도 중요하다. 연령에 따른 시각적 변화는 동일한 색채환경에서도 서로 다른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차이를 조명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색의 물리적 재현을 넘어 이용자의 시각적 특성을 고려하는 색채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출처 및 참고문헌
Lu, C., Bao, G., Tao, Z., Liu, C., Guo, L., Zhu, C., Ma, H., & Dai, Q. (2026). Enhancing color discrimination in older adults through age-adaptive spectral optimization of lighting. Optics Express. https://doi.org/10.1364/OE.609942
Optica. (2026, October 13). New model informs lighting design that works better for aging e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