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0일 런던 덜위치 픽처 갤러리에서 개막한 《Hokusai: Thirty-six Views of Mount Fuji from the Iuchi Collection》은 호쿠사이의 《후가쿠 36경》 전체 46점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는 널리 알려진 《붉은 후지》와 함께 희귀한 청색 판본인 《푸른 후지》도 포함되어 있어, 같은 구도가 색에 따라 얼마나 다르게 보이는지 비교할 수 있다.
호쿠사이의 후지산 연작에서 두드러지는 색은 파랑이다. 19세기 초 일본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프러시안 블루는 기존의 쪽 계열 청색보다 강하고 깊은 색을 표현하기 쉬웠다. 유럽에서 개발된 이 합성안료는 중국을 거쳐 일본에 들어왔고, 1830년대에는 우키요에 출판에도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프러시안 블루는 당시 목판화의 제작기술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풍경색을 만들었다. 호쿠사이의 작품에서는 이 청색이 쪽과 함께 사용되거나 여러 번 겹쳐 인쇄되었고, 보카시를 통해 농담의 변화도 만들어졌다. 바다와 하늘, 먼 산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 이러한 청색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었다.
《붉은 후지》로 알려진 《개풍쾌청》은 맑은 날 아침 햇빛을 받은 후지산의 붉은빛을 단순하고 강한 색면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산의 적갈색과 푸른 하늘, 짙은 녹색의 산기슭이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나 목판화는 같은 판목으로 여러 번 인쇄되기 때문에 모든 판본의 색이 같지는 않다. 안료의 농도와 인쇄상태, 판목의 마모에 따라 붉은색과 청색의 강도도 달라졌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푸른 후지》는 《붉은 후지》보다 먼저 제작된 초기형이 아니라, 현재의 판본 연구에서는 후기 인쇄 상태에 해당하는 희귀한 변형판으로 본다. 산의 붉은색 대신 짙은 청색이 사용되고, 보카시를 통해 후지산 전체가 파랑의 농담 속에서 표현된다. 같은 판목에서 출발했지만 색 구성의 변화만으로 전혀 다른 시간과 기후의 풍경처럼 느껴진다.
호쿠사이의 청색 표현은 당시 일본에 새롭게 보급되던 프러시안 블루와 기존 목판 인쇄기술이 만나면서 한층 넓어졌다. 이 안료는 짙고 선명한 청색을 표현하기에 적합했고, 쪽 계열 색과 함께 사용되거나 보카시와 중첩 인쇄를 통해 바다와 하늘, 먼 산의 깊이를 나타내는 데 활용되었다.
《가나가와의 큰 파도》와 《후가쿠 36경》에서 보이는 강한 청색은 새로운 안료의 도입과 에도시대 우키요에의 인쇄기술이 결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프러시안 블루는 이후 일본 풍경판화의 색채표현을 넓히는 데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붉은 후지》와 《푸른 후지》를 나란히 보면 색은 작품에 고정된 하나의 값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같은 판목과 같은 구도도 어떤 안료를 쓰고, 어떻게 겹쳐 찍으며, 어느 정도의 농담을 주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호쿠사이의 파랑은 새로운 안료의 역사이면서, 색을 다루는 기술이 이미지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Dulwich Picture Gallery. (2026). Hokusai: Thirty-six views of Mount Fuji from the Iuchi Collec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