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색을 움직이는 시대의 분위기와 마케팅

매년 새로운 ‘올해의 색’이 발표된다. 어떤 기관은 청록색을 선택하고, 패션 잡지는 크림색과 갈색, 분홍색을 주목한다. 또 다른 매체는 라임그린과 토마토레드, 버터옐로를 유행색으로 제시한다. 발표되는 색이 너무 많아지면서 이제는 유행하지 않는 색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유행색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독일의 색채 트렌드 전문가들은 특정 기관이 하나의 색을 선택해 시장에 지시하는 방식으로 유행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색채 트렌드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하고, 그 흐름을 색의 조합으로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색채 전문가들은 패션쇼만 살펴보지 않는다. 미술 전시와 도서전, 안경·생활용품 박람회, 대중문화와 정치·사회적 변화까지 폭넓게 조사한다. 여러 현상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기대하고 불안해하는지를 살핀다. 이렇게 모은 자료는 무드보드와 색채 팔레트로 발전하고, 원사와 직물 제조업체를 거쳐 패션 브랜드와 유통업체에 전달된다. 소재 생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6년에 이미 2028년 여름의 색을 연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색이 아니라 색들 사이의 관계다. 1970년대에는 짙은 갈색과 노란색, 주황색, 보라색이 어우러졌고, 1980년대에는 푸크시아와 네온 계열의 강렬한 색이 확산되었다. 1990년대에는 그 반작용으로 회색과 카키, 올리브, 테라코타 같은 차분한 색이 주목받았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특정 색 하나가 다른 색을 밀어낸 것이 아니다. 색채의 밝기와 강도, 온도와 조화 방식이 함께 달라졌다.

색은 시대의 감정을 빠르게 드러낸다. 2010년대 중반의 ‘밀레니얼 핑크’는 분홍색을 성별의 구분에서 벗어난 색으로 확장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노란색과 분홍색, 주황색 같은 선명한 색을 입으며 답답한 일상에서 활력을 찾는 ‘도파민 드레싱’이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색이 한동안 차분해졌고, 2023년 영화 《바비》의 흥행은 다시 강렬한 분홍색을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불러냈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패션과 자동차, 인테리어, 제품 디자인이 몇 가지 공통된 문화 현상의 영향을 받았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콘텐츠를 통해 여러 시대의 이미지가 동시에 소비된다.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취향까지 더해지면서 수많은 마이크로트렌드와 나노트렌드가 생겨난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색을 바라보는 시대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색을 선택하는 시대로 이동한 셈이다.

그런데도 기업은 계속해서 하나의 ‘올해의 색’을 발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 가지 색은 복잡한 트렌드보다 설명하기 쉽고, 뉴스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색에 ‘스피어민트’, ‘딥 오션’, ‘솔라 부스트’, ‘리비에라 블루’ 같은 이름을 붙이면 평범한 제품에도 새로운 이야기가 생긴다. 이미 헤어드라이어와 태블릿, 운동화를 가지고 있어도 세이지그린이나 피스타치오그린으로 나온 신제품은 다르게 보인다. 색의 변화가 제품의 기능을 바꾸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바라보는 감정은 바꾼다.

이것이 색채마케팅의 힘이다. 색은 오래된 제품에 새로움을 더하고,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도록 돕는다. 평범한 흰색도 ‘클라우드 댄서’라는 이름을 얻으면 고요함과 가벼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색으로 바뀐다. 색채 이름은 색을 설명하는 명칭을 넘어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감정과 이미지를 만든다.

다만 ‘올해의 색’을 실제 시대의 대표색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오늘날의 색채 트렌드는 하나의 중심색보다 여러 색이 함께 이루는 분위기 속에서 나타난다. 기업이 발표하는 한 가지 색은 시대 전체를 보여주는 결론이 아니라, 복잡한 색채 환경에서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선택한 마케팅 언어에 가깝다.

색채마케팅에서 중요한 질문도 “올해 어떤 색이 유행하는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 색이 왜 지금 등장했는지,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브랜드와 소비자의 삶에 얼마나 오래 남을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유행색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색이 아니다. 사회의 변화와 집단의 감정, 미디어의 이야기와 기업의 전략이 한 지점에서 만날 때 비로소 하나의 트렌드가 된다.


원문 출처: Süddeutsche Zeitung, 「Farben-Trends 2026: Wer sucht sich das eigentlich a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