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win-Williams ‘Celery’가 보여주는 회복 이후의 색

2027년 올해의 색 발표가 이어지면서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브랜드마다 선택한 색은 서로 다르지만, 그 배경에는 자연과 회복, 안정, 편안함, 그리고 일상의 감각을 다시 되찾으려는 욕구가 공통적으로 자리한다. 이러한 정서는 몇 년 전의 어둡고 묵직한 자연색에서 점차 벗어나, 보다 밝고 부드러우며 생기 있는 색으로 이동하고 있다.

Sherwin-Williams가 2027년 올해의 색으로 발표한 셀러리(Celery SW 6421)​는 바로 이러한 변화의 지점을 잘 보여준다. 셀러리는 은은한 노란 기운을 포함한 밝은 허브 그린으로, Sherwin-Williams는 이를 “공기감 있는 허브 그린(airy, herbal green)”으로 설명한다. 파스텔의 가벼움과 자연색의 안정감을 동시에 지니면서도 기존 세이지 그린보다 한층 밝고 신선한 인상을 준다. 브랜드는 셀러리를 명료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며 새로운 시각과 우아함을 상징하는 색으로 제안하고 있다.

Domino 역시 이번 발표를 기존 세이지 그린의 긴 유행에서 한 단계 이동한 변화로 읽는다. 셀러리는 잎의 선명함과 햇빛의 에너지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옐로 그린이지만, 실제 공간에서는 예상보다 유연하게 작용한다. 오크와 같은 따뜻한 목재, 크림 계열의 뉴트럴, 자연석이나 리넨뿐 아니라 보다 강한 색과도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며, 주방과 욕실의 캐비닛, 웨인스코팅, 천장이나 현관과 같은 제한된 면적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출처: Sherwin-Williams

그러나 셀러리의 의미는 단순히 ‘세이지 다음에 등장한 새로운 그린’이라고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금까지 발표된 2027년 올해의 색들과 함께 살펴보면 색채가 현재의 사회적 정서와 주거환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안정과 회복에서 시작된 2027년의 색

2027년 컬러의 중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는 Behr가 8월 말 발표한 그라운디드(Grounded T27-01)​였다. 그라운디드는 모스와 올리브 사이에 위치한 깊은 그린으로, 미세한 브라운 언더톤을 포함한다. 이름 그대로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듯한 안정감과 자연의 회복성을 강조한 색이다. Behr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외부 환경에서 집을 휴식과 재충전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으며, 자연과 연결된 색을 통해 안정감을 되찾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그라운디드는 전통적인 베이지나 그레이의 역할을 유색 컬러가 대신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Behr는 이를 ‘리빙 뉴트럴(living neutral)’의 흐름과 연결한다. 색채성을 분명히 갖고 있지만 공간을 압도하지 않고, 목재·돌·콘크리트·금속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하면서 배경색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2027년 컬러의 첫 번째 특징이 나타난다. 뉴트럴의 개념이 무채색에서 자연색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화이트, 베이지, 그레이가 담당해왔던 공간의 배경 역할을 이제는 올리브, 세이지, 클레이 핑크와 같이 채도를 낮춘 유채색이 대신하기 시작한다. 즉, 색을 사용하면서도 시각적 안정감을 유지하려는 새로운 방식의 중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Soulful Sage, 무게를 덜어내는 자연의 색

이어 Dulux가 발표한 소울풀 세이지(Soulful Sage)​는 같은 자연의 그린을 훨씬 가볍게 해석한다.

Dulux는 2027년의 사회적 배경을 세계적 사건과 지속적인 정보 과잉으로 인해 사람들이 심리적 무게감을 느끼는 시대라고 진단한다. 이에 대한 컬러의 역할을 ‘Live Lightly’, 즉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는 것으로 설정했다. Soulful Sage는 은빛과 회색기가 섞인 밝은 세이지 그린으로, 자연과의 연결뿐 아니라 빛과 공기, 가벼움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는 Behr의 Grounded와 같은 그린 계열이면서도 상당히 다른 감정적 방향을 가진다.

Grounded가 흙과 숲, 뿌리와 정착의 감각을 통해 ‘안정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Soulful Sage는 빛과 공기, 여백을 통해 ‘가벼워지는 것’​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두 색의 차이는 단순한 명도나 채도의 차이를 넘어선다. 하나가 불안한 시대에 자신을 단단히 붙잡는 색이라면, 다른 하나는 과잉된 자극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만들어내는 색이다. 그러면서도 두 브랜드 모두 자연을 심리적 회복의 매개로 해석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핑크 역시 ‘감정의 뉴트럴’로 이동한다

2027년의 또 다른 변화는 그린뿐 아니라 핑크 계열에서도 나타난다.

BeautiTone은 로즈워터(Rosewater TR27-2-1)​를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다. 옅은 노란 언더톤을 지닌 밝고 부드러운 핑크로, 전통적인 로맨틱 핑크보다 훨씬 중성적이고 절제된 색이다. BeautiTone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어둡고 무게감 있는 색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보다 따뜻하고 낙관적인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BeautiTone이 Rosewater를 ‘컬러와 뉴트럴의 사이’에 위치시키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이는 핑크가 더 이상 장식적이거나 성별화된 포인트 컬러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베이지처럼 넓은 면적을 담당하며 공간의 정서적 온도를 조절하는 배경색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Graham & Brown의 로즈 어스(Rose Earth) 역시 유사한 맥락에 놓인다. 로즈 어스는 이탈리아의 자연 광물과 점토에서 영감을 얻은 테라코타와 더스티 핑크 사이의 색이다. 핑크이지만 토양과 광물의 갈색 기운을 포함하면서 색의 감성을 자연의 물질성으로 연결한다. 결과적으로 이 색 역시 베이지나 그레이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뉴트럴로 제안된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2027년의 뉴트럴은 더 이상 ‘색이 없는 색’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색채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색, 다시 말해 정서적 존재감과 공간적 지속성을 동시에 지닌 색으로 그 의미가 변하고 있다.

그리고 Celery, 회복에서 생기로

이러한 흐름 위에서 Sherwin-Williams의 Celery를 보면 이번 선정의 의미가 보다 분명해진다. Celery 역시 자연에서 출발한 그린이며, 웰빙과 안정, 회복이라는 2027년의 공통된 정서를 공유한다. 그러나 Grounded나 Soulful Sage와 비교하면 색의 방향은 확실히 달라진다.

Grounded가 브라운을 품으며 아래쪽으로 가라앉고, Soulful Sage가 회색기를 통해 정적인 가벼움을 만든다면, Celery는 노란 기운을 받아 위쪽으로 밝아진다. 

그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색채가 전달하는 감정에서는 상당한 차이를 만든다.

노란색이 포함된 그린은 식물의 어린 잎이나 새순, 햇빛을 받은 초목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성숙한 올리브나 세이지보다 생장과 활력의 이미지를 강하게 갖는다. Sherwin-Williams 역시 Celery를 단순히 편안한 색으로 설명하기보다 ‘refresh and restore’, 즉 회복과 동시에 새롭게 하는 색으로 제안한다.

여기에 2027년 컬러의 중요한 변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컬러 트렌드가 끊임없이 이야기해온 것은 calm, comfort, sanctuary, grounding이었다. 불확실한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집을 하나의 피난처처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색채 전략이었다.

그러나 Celery에서는 여기에 freshness, clarity, vitality가 더해진다. 즉, 색의 역할이 단순히 불안을 낮추고 보호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시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도록 감정적 에너지를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본다면, Grounded의 안정 → Soulful Sage의 가벼움 → Rosewater의 온기 → Celery의 생기라는 감정의 변화가 읽힌다.

물론 이것을 발표 순서에 따른 단선적인 트렌드라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여러 브랜드가 동시에 포착하고 있는 사회적 욕구의 서로 다른 층위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사람들은 안정되기를 원하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침잠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쉬고 싶지만 다시 활기를 되찾고 싶어 하며, 자연에 기대면서도 자기만의 개성과 즐거움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자연색’이라는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자연색이라고 하면 한동안 베이지, 샌드, 브라운, 세이지, 올리브와 같이 저채도의 색이 중심이었다. 이는 자연을 땅과 돌, 마른 풀과 오래된 목재 같은 안정된 물질로 해석한 결과였다.

그러나 Celery가 보여주는 자연은 다르다. 여기에서 자연은 정지된 풍경이라기보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생태에 가깝다. 밝은 잎, 새순, 햇빛, 허브와 같은 이미지가 등장한다. Sherwin-Williams가 2027 Colormix Forecast의 주제를 Rewild로 설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흥미롭다.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흙색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명성과 다양성, 예측할 수 없는 조합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에 가깝다. 실제로 Celery와 함께 제안되는 색은 레드, 퍼플, 블루, 깊은 브라운과 같은 색이 함께 구성되며, 셀러리는 이들 사이에서 연결색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2027년의 자연색은 과거처럼 자연색끼리 차분하게 조합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기반으로 보다 표현적인 색이 다시 공간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색에서 재료와 감각으로

2027년 올해의 색에서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색을 독립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Celery는 오크나 월넛과 같은 목재, 에이지드 브라스와 브론즈, 리넨과 직조 소재, 자연석, 수공예 타일과 함께 제안된다. Domino에 따르면 이러한 재료들은 셀러리의 노란 언더톤과 유기적 성격을 강화하면서 색에 깊이를 부여한다. Grounded 역시 목재와 돌, 콘크리트, 금속과 결합하는 색으로 설명되고, Rose Earth는 점토와 광물의 물질적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최근 색채 트렌드가 단순한 ‘표면의 색’에서 벗어나 색·재료·질감·광택이 결합된 감각적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MF(Color, Material, Finish)의 관점에서 보면 올해의 색 역시 더 이상 단일한 색상값으로만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그린이라도 무광 벽면에 적용될 때와 광택이 있는 캐비닛, 거친 목재, 직물에 적용될 때 경험되는 색은 달라진다. 2027년 컬러가 자연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결국 색 자체만이 아니라 자연재료의 촉각성과 시간성까지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흐름과 관계가 있다.

2027년, 뉴트럴은 색을 얻고 자연색은 생기를 얻는다

지금까지 발표된 2027년 올해의 색을 종합하면 단순히 ‘그린이 유행한다’거나 ‘자연색이 지속된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변화는 뉴트럴의 색채화와 자연색의 감정적 확장이다. Behr의 Grounded는 올리브 그린을 새로운 뉴트럴의 영역으로 가져왔고, Dulux의 Soulful Sage는 자연의 이미지를 빛과 가벼움으로 전환했다. BeautiTone의 Rosewater와 Graham & Brown의 Rose Earth는 핑크를 장식색에서 편안한 배경색으로 확장했다. 그리고 Sherwin-Williams의 Celery는 그동안 낮은 채도와 어두운 톤에 머물던 자연색에 조금 더 많은 빛과 생기를 불어넣는다. 따라서 2027년 색채 흐름을 관통하는 핵심을 하나의 색상으로 정의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

색은 여전히 우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연으로 향하지만, 이제 자연은 단순히 머물고 쉬는 장소가 아니라 다시 움직이고 살아가기 위한 에너지의 원천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Celery는 세이지 그린의 유행을 끝내는 색이라기보다 그 다음 단계를 보여주는 색이다. 회색은 조금 걷어내고, 노란빛을 더하며, 명도를 높였다. 안정감은 유지하되 침잠하지 않고, 자연스럽지만 무채색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2027년의 컬러는 그렇게 ‘회복의 색’에서 ‘회복 이후의 색’으로 이동하고 있다. 집은 여전히 외부세계의 자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장소이지만, 이제 색은 그 안에서 단지 조용히 쉬게 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다시 일상을 시작하고, 감각을 깨우고, 자신만의 공간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 요구받는다. Sherwin-Williams의 Celery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변화다. 더 조용한 색이 아니라, 편안함 속에서 다시 생기를 얻는 색. 그것이 지금까지 발표된 2027년 올해의 색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새로운 이야기다.


참고자료

Behr Paint Company. (2026). BEHR Paint Company announces 2027 color of the year: Grounded.

Behr. (2026). 2027 color of the year: Grounded. https://www.behr.com/pro/onthejob/blog/2027-color-of-the-year-grounded/

BeautiTone. (2026). 2027 colour of the year: Rosewater. Home Hardware. https://www.homehardware.ca/en/beautitone/colour-of-the-year

Domino. (2026). Sherwin-Williams’s 2027 color of the year is the brightest green we’ve seen in years. https://www.domino.com/design-inspiration/sherwin-williams-color-of-the-year-2027/

Dulux. (2026). Colour of the year 2027: Soulful Sage. https://www.dulux.co.uk/en/colour-inspiration/colour-of-the-year-2027-soulful-sage

Graham & Brown. (2026). Rose Earth: 2027 colour of the year. https://www.grahambrown.com/

Sherwin-Williams. (2026a). 2027 color of the year: Celery SW 6421. https://www.sherwin-williams.com/en-us/color/color-of-the-year/2027

Sherwin-Williams. (2026b). Colormix forecast 2027: Rewild. https://www.sherwin-williams.com/en-us/color/color-collections/colormix-forecast

Sherwin-Williams. (2026c). Freshness, balance and belonging: Our 2027 color of the year. STIR. https://www.sherwin-williams.com/architects-specifiers-designers/inspiration/stir/freshness-balance-and-belonging-our-2027-color-of-the-year/

Better Homes & Gardens. (2026). Graham & Brown announces its 2027 color of the year, Rose Earth. https://www.bhg.com/graham-and-brown-color-of-the-year-2027-12111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