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열적 특성과 소비자 선택

자동차의 색을 고르는 일은 대개 취향의 문제로 여겨진다. 검정은 고급스럽고 무게감이 있으며, 흰색은 깨끗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준다. 빨강은 역동성을, 회색은 안정감과 실용성을 연상시킨다. 자동차 기업 역시 이러한 색의 이미지를 활용해 브랜드와 차종의 성격을 만들어왔다. 그러나 폭염이 일상화되고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자동차 색을 바라보는 기준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제 색은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열환경과 냉방 에너지, 나아가 사용 경험에까지 관계하는 하나의 기능적 요소가 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전기차 전문 매체 《Rouleur Électrique》에 실린 「Canicule et voiture électrique : voici le véritable impact de la couleur sur la température」라는 기사는 이런 변화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2026년 8월 16일 필리프 무로(Philippe Moureau)가 쓴 이 기사는 폭염 속에서 자동차 차체의 색이 실제로 얼마나 온도를 높이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전기차의 에너지 소비와 주행거리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본다.

검정 자동차는 정말 더 뜨거울까

기사가 제시한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색에 따른 차체 표면 온도의 차이다. 동일한 조건에서 햇빛에 노출했을 때 검정 차체의 표면 온도는 62℃, 갈색과 주황 계열은 56℃, 빨강은 51℃, 노랑은 50℃, 파랑은 48℃, 회색은 47℃, 흰색은 43℃로 측정되었다. 검정과 흰색 사이에는 무려 19℃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는 색채의 기본적인 물리적 성질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어두운 표면은 태양복사를 많이 흡수하고 밝은 표면은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반사한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알베도(albedo), 즉 표면의 태양복사 반사율이다. 따라서 검정과 흰색은 단순히 눈에 다르게 보이는 색이 아니라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가진다.

색채마케팅의 관점에서 보면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생긴다. 자동차의 흰색과 검정은 지금까지 서로 다른 이미지를 판매해왔다. 흰색이 청결함이나 기술적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검정은 고급스러움과 권위, 강한 존재감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색이었다. 그런데 폭염이라는 환경 조건을 개입시키면 같은 색에 새로운 기능적 의미가 더해진다. 흰색에는 ‘상대적으로 덜 뜨거운 색’이라는 의미가, 검정에는 ‘태양열을 많이 흡수하는 색’이라는 속성이 추가되는 것이다.

표면의 색과 사람이 느끼는 온도는 다르다

그렇다고 흰 자동차의 실내가 검은 자동차보다 20℃ 가까이 시원한 것은 아니다. 이 기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다.

기사에서 소개한 미국의 비교 실험에서는 동일한 차량을 검정과 은색으로 나누어 같은 환경에 주차했을 때 실내 공기 온도 차이가 약 4~5℃ 정도로 나타났다. 차체 표면에서 나타난 거의 20℃의 차이와 비교하면 훨씬 작다.

그 이유는 자동차 실내가 뜨거워지는 과정이 차체 색 하나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실내 열 축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앞유리와 측면 유리를 통해 유입되는 태양복사를 지적한다. 특히 넓은 앞유리와 파노라마 루프, 차량의 주차 방향, 짙은 색 좌석과 대시보드 등이 차체 색상보다 실내 온도 상승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대목은 색채를 실제 환경에 적용할 때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색의 물리적 효과와 사용자가 경험하는 효과는 동일하지 않다. 하나의 색이 갖는 물리적 특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실제 환경에서는 재료와 구조, 빛, 공간, 주변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

색채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흰색은 시원한 색’이라는 메시지만 강조한다면 실제 사용 경험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다. 자동차의 열환경을 이야기하려면 외장색뿐 아니라 유리, 루프, 실내 색채와 재료, 냉방 기술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전기차가 색의 의미를 바꾼다

차체 색에 대한 이야기가 전기차에서 더욱 흥미로워지는 이유는 에너지 소비 때문이다. 전기차에서는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이 배터리에서 공급된다. 따라서 폭염으로 실내 온도가 높아질수록 원하는 온도까지 낮추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수 있다.

《Rouleur Électrique》는 매우 더운 조건에서 에어컨 사용이 전기차의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할 수 있으며, 가장 불리한 조건에서는 주행가능거리에 10~25% 정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것이 차체 색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에서는 도장 색상 하나가 실제 주행가능거리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불리한 상황에서도 수 퍼센트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구분하고 있다.

따라서 흰색 전기차를 선택하면 주행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밝은 외장색이 초기 냉방 부담을 조금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자동차 색을 결정할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는 것이 기사의 결론에 가깝다.

오히려 그늘에 주차하거나 앞유리 햇빛가리개를 사용하고, 차열 기능이 있는 유리나 필름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차량이 충전기에 연결되어 있을 때 미리 실내 온도를 낮추는 사전 냉방 기능 역시 전기차에서는 중요한 방법이다. 기사 역시 이러한 요소들이 차체 색을 바꾸는 것보다 폭염에 대응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검정과 회색이 팔리는 이유

열환경만 생각한다면 밝은 색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는데도 실제 자동차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기사에 따르면 2024년 유럽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약 80%가 흰색, 검정, 회색, 은색과 같은 무채색 계열이었다. 2025년 BASF의 자동차 색채 자료에서는 유럽에서 검정과 회색의 비중이 증가하는 반면 흰색과 은색은 다소 감소하는 흐름도 관찰되었다. 즉 가장 많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는 검정이 폭염에 불리하다는 정보가 있어도 소비자는 계속 검정을 선택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사는 미적 선호와 중고차 가치에 대한 인식이 열적 성능보다 자동차 색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름철 몇 도의 온도 차이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가’,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가’, ‘중고차로 팔 때 유리한가’와 같은 요소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물리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색을 선택하지 않는다. 제품의 색에는 기능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문화적 관습, 개인의 취향, 브랜드 이미지가 동시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검정 자동차가 여름에 더 뜨겁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검정은 여전히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중요한 색이다. 이는 검정이 가지고 있는 권위, 세련됨, 안정성이라는 상징적 가치가 열 흡수라는 물리적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색의 마케팅에서 색의 경험으로

과거의 자동차 광고에서 색은 주로 자동차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치였다. 빨간 스포츠카는 속도를, 검은 세단은 권위를, 흰색 전기차는 미래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여기에 하나의 기준이 더해질 수 있다. 그 색을 실제 환경에서 사용하는 경험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이다.

밝은 외장색과 밝은 실내 색채, 차열 유리, 효율적인 냉방 시스템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성한다면 색은 단순한 미적 선택을 넘어 열환경과 에너지 효율을 설명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폭염이 빈번한 지역에서는 ‘기후에 적합한 색채’라는 새로운 제품 가치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확인되는 작은 차이를 과장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포장한다면 색채마케팅은 쉽게 그린워싱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차체의 밝은 색이 열 흡수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전체의 에너지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색 하나가 아니다.

이 기사에서는 검정과 흰색 자동차 중 어느 것이 좋은가를 단순하게 결론짓지 않는다. 오히려 색의 물리적 성질과 실제 인간의 경험 사이에는 여러 단계의 조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색이 어떤 환경에서 사용되는지, 어떤 재료와 결합하는지, 에너지와 쾌적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색은 여전히 취향이다. 하지만 기후와 기술이 달라지면 취향을 설명하는 언어도 달라진다. 전기차 시대의 자동차 색채는 보이는 이미지와 실제 성능, 감성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새롭게 읽힐 필요가 있다.


참고 및 출처: Moureau, P. (2026, August 16). Canicule et voiture électrique : voici le véritable impact de la couleur sur la température. Rouleur Électr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