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북부 노스페나인스(North Pennines)는 오랫동안 납과 여러 광물을 채굴해 온 지역이다. 오늘날 문을 닫은 광산의 지하 공간에는 채굴이 중단된 뒤에도 물이 흐르고 광물이 쌓인다. 어둡고 습한 갱도 안에서 주황색과 분홍색, 푸른색이 나타나고, 나무와 균류의 표면은 석회질로 덮여 낯선 형태로 변한다. 폐광은 산업 활동이 멈춘 장소지만, 그 안에서는 자연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2026년 8월 3일 《가디언(The Guardian)》에 실린 글은 노스페나인스의 한 폐연광을 탐사한 예술가의 경험을 전한다. 탐사자는 지역 광산 관계자들과 함께 식물에 가려진 갱도 입구를 찾아 지하로 들어갔다. 외부에서는 녹슨 물줄기 정도만 보였지만, 갱도 안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다채로운 광물 경관이 펼쳐져 있었다.

폐광의 어둠 속에서 나타난 색

폐광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 성분이 만든 주황색이다. 지하수가 암석과 채굴 흔적을 지나 흐르는 동안 철을 비롯한 여러 성분이 물에 녹아든다. 이 물이 공기와 접촉하면 철 성분이 산화되어 노랑과 주황, 적갈색의 침전물을 만든다. 갱도 바닥과 벽을 따라 흐르는 주황색 물길은 물의 이동 경로와 광물의 화학적 변화를 함께 보여준다.

주변에서는 분홍색과 푸른색 계열의 광물색도 관찰됐다. 이러한 색은 암석과 지하수에 포함된 광물 성분, 산화 상태, 수분과 주변 환경이 결합하면서 형성된다. 갱도에서 보이는 색은 표면에 칠해진 색이 아니라 물질이 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다. 어떤 성분이 물에 녹고, 이동하고, 다시 침전되는가에 따라 색의 위치와 농도도 달라진다.

갱도 안의 목재와 균류는 탄산칼슘으로 덮여 석회화된 형태를 드러냈다. 천장에서는 가늘고 속이 빈 종유관이 자라고, 바닥에는 동그란 ‘동굴 진주(cave pearl)’가 형성되어 있었다. 동굴 진주는 작은 모래알이나 암석 조각의 둘레에 탄산칼슘이 반복해서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힘에 의해 작은 핵이 계속 움직이면 바닥에 붙지 않고 둥근 형태로 성장한다.

이처럼 폐광의 색과 형태는 정지된 풍경이 아니다. 지하수의 흐름과 광물의 용해, 산화와 침전이 이어지면서 계속 달라지는 과정이다. 갱도는 어둡지만, 그 어둠 속의 색은 물과 암석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보여주는 시각적 단서가 된다.

채굴이 멈춘 뒤에도 계속되는 변화

폐광은 인간이 광물을 얻기 위해 암석을 파낸 산업 공간이다. 갱도의 위치와 크기, 목재 구조물과 채굴 흔적은 과거 노동의 결과다. 그러나 채굴이 끝난 뒤에는 물이 스며들고 광물질이 쌓이면서 새로운 환경이 형성된다.

따라서 폐광의 현재 모습을 자연현상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철 성분이 흐르는 물길과 광물 침전물은 지질 조건에서 비롯되지만, 그것이 쌓이는 장소는 인간이 만든 갱도다. 자연의 물질과 산업 활동의 흔적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결합한 것이다.

색도 이러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주황색 물길은 철의 산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물이 과거의 채굴 공간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석회질로 덮인 목재는 광산을 지탱했던 인공 구조물이 자연의 광물화 과정에 편입된 모습을 보여준다. 폐광의 색은 자연과 산업을 구분하기보다 두 영역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결과를 드러낸다.

색으로 확인하는 물질의 변화

일상에서 색은 주로 사물의 외관을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지질학적 환경에서 색은 물질의 성분과 상태를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철이 산화되면 노랑과 주황, 적갈색이 나타나고, 수분과 광물의 구성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도 색조와 밝기가 달라진다. 색의 변화는 물질의 변화와 연결된다.

폐광에서 관찰한 색은 빛의 조건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하에는 자연광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탐사자는 인공조명을 이용해 색을 확인한다. 조명의 밝기와 색온도, 조사 방향에 따라 광물색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젖은 암석은 마른 암석보다 어둡고 선명하게 보이며, 결정 표면은 빛의 방향에 따라 반짝임이 달라진다.

따라서 폐광의 색을 기록할 때는 보이는 색만 묘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광물의 성분과 표면 상태, 수분, 조명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색은 물질의 특성을 알려주는 단서이지만, 관찰 환경과 분리해서 해석할 수 없는 지각적 결과이기도 하다.

광산의 색을 기록하는 예술

폐광을 탐사한 예술가는 현장에서 관찰한 색과 형태를 사진과 드로잉으로 기록했다. 지하 공간에서는 전체 풍경을 한눈에 보기 어렵다. 손전등이 비추는 좁은 범위 안에서 광물의 표면과 침전물, 물길의 색이 부분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관찰 방식은 예술가가 폐광의 세부에 집중하게 한다.

사진은 특정 순간의 빛과 색을 기록하지만, 지하 공간에서 느낀 깊이와 습도, 이동의 경험을 모두 전달하지는 못한다. 드로잉은 사진에서 놓치기 쉬운 형태와 질감을 선택하고 강조하는 방법이 된다. 예술가는 사진과 그림을 통해 지질학적 현상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자신이 어떤 색과 구조에 주목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기록은 광산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인스파이어드 2026(Inspired 2026)’ 전시와도 연결된다. 전시는 폐광을 과거의 산업시설로만 소개하지 않고, 오늘날에도 변화가 계속되는 장소로 바라보게 한다. 갱도 안에서 발견한 색은 지역의 지질과 채굴의 역사, 현재의 자연환경을 이어주는 시각적 소재가 된다.

산업유산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

산업유산은 흔히 광산시설과 기계, 노동자의 생활과 지역경제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접근은 광산이 사회와 지역에 남긴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그러나 폐광 내부의 물과 광물, 색의 변화를 함께 살펴보면 산업유산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채굴은 암석의 구조를 바꾸고 지하수가 흐르는 새로운 통로를 만들었다. 이후 자연은 그 공간 안에서 산화와 침전, 석회화의 과정을 이어갔다. 현재의 폐광 경관은 산업 활동이 남긴 구조와 자연의 작용이 함께 만든 결과다. 주황색 물길과 광물층은 이러한 변화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남은 것이다.

예술은 복잡한 시간을 색과 형태를 통해 전달한다. 광산의 기술적 구조나 연도만으로는 드러나기 어려운 장소의 분위기와 물질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광물색의 아름다움만 강조하면 채굴이 남긴 환경오염과 노동의 역사, 지역사회의 경험을 가릴 수 있다. 폐광의 색을 다룰 때에는 아름다운 지하 경관과 그 경관이 만들어진 역사적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색에 축적된 자연과 산업의 시간

노스페나인스 폐광의 색은 광물의 성분과 지하수의 흐름을 보여주는 물질적 기록이다. 동시에 갱도를 만들고 광물을 채굴한 인간의 활동이 자연환경에 남긴 흔적이기도 하다. 주황색과 분홍색, 푸른색은 하나의 원인에서 나온 장식적 색이 아니라 지질, 물, 공기, 산업 활동이 오랜 시간 상호작용하면서 형성한 결과다.

폐광의 색을 관찰하는 일은 각각의 색이 어디에서 비롯되었고, 어떠한 물질의 변화를 거쳐 형성되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광산에 남아 있는 산업과 노동의 역사도 함께 담겨 있다. 예술가의 사진과 드로잉은 지하에 오랜 시간 쌓여온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폐광을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자연이 공존하는 장소로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출처: Phil Gates, “Country diary: Down an old lead mine, an explosion of colour,” The Guardian, 2026년 8월 3일
사진설명 및 출처: 헬멧에 달린 손전등 불빛에 비춰진 긴 갱도, 다채로운 물결무늬 층들이 오랜 세월에 보여줌. 사진: 수지 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