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윈-윌리엄스(Sherwin-Williams)는 2027년 컬러믹스 트렌드 전망(Colormix Trend Forecast)의 주제를 ‘리와일드(Rewild)’로 정했다. 자연을 본래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을 지닌 리와일드는 개인의 기억과 감정, 장소에 축적된 시간을 색으로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둔다. 획일화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과 경험이 드러나는 공간을 만들려는 흐름을 담고 있다.
리와일드는 탁한 와인 레드와 이끼색, 햇볕에 마른 점토색, 분필처럼 부드러운 백색, 농도 높은 보석색 등 48가지 색으로 구성된다. 이 색들은 고정된 팔레트가 아니라 ‘리바이브(Revive)’, ‘리이그나이트(Reignite)’, ‘리커넥트(Reconnect)’라는 세 가지 색채 이야기 안에서 자유롭게 조합된다. 셔윈-윌리엄스는 특정한 스타일이나 배색 공식을 제시하기보다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과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색을 선택하고 중첩하도록 했다. 이는 색채 트렌드가 유행색을 따르는 방식에서 개인의 경험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리바이브: 시간의 흔적을 되살리는 색
리바이브는 전통과 장인정신, 오래된 가구와 수공예품에서 출발한다. 새것처럼 완결된 공간보다 여러 세대의 물건과 기억이 차곡차곡 쌓인 공간을 지향한다. 색에서도 이러한 시간성이 나타난다. 짙은 목재색, 산화된 금속색, 낡은 직물에서 발견되는 탁한 적색과 녹색은 공간에 깊이와 무게를 더한다.
이러한 경향은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가 오래된 물건과 손으로 만든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쉽게 교체되지 않는 물건과 시간이 남긴 흔적에 안정감을 느낀다. 따라서 리바이브의 색은 과거의 양식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새로운 공간에 역사와 서사를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리이그나이트: 색을 공간의 정체성으로 사용하다
리이그나이트는 절제된 중성색 중심의 인테리어에서 벗어나 색의 감정적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짙은 적색과 선명한 녹색, 보석색, 예상하지 못한 색의 대비가 공간의 중심을 이룬다. 서로 다른 재료와 질감, 형태를 의도적으로 충돌시키는 ‘건설적 혼돈(constructive chaos)’도 중요한 특징이다.
여기에서 색은 공간의 분위기와 사용자의 개성을 결정하는 핵심 언어가 된다. 차분함과 편안함을 원하는지, 활력과 긴장을 원하는지에 따라 색의 농도와 대비가 달라진다. 최근까지 널리 사용된 회색과 베이지가 보편적이고 판매하기 쉬운 공간을 만드는 색이었다면, 리이그나이트의 짙은 녹색과 황소 피색에 가까운 적색, 따뜻한 청동색은 거주자의 취향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리커넥트: 자연을 닮은 중성색의 변화
리커넥트는 자연환경과 지역의 재료, 지속가능성, 건강한 생활방식을 연결한다. 그러나 이 팔레트의 자연색은 토양과 돌, 이끼, 나무 연기처럼 거칠고 깊이 있는 색이 중심을 이룬다. 에미넌트 브론즈(Eminent Bronze), 유니버설 카키(Universal Khaki), 퍼펙트 그레이지(Perfect Greige)와 같은 색은 표면이 풍화되거나 광물질이 축적된 듯한 물성을 전달한다.
이는 자연색을 단순히 편안함이나 치유의 이미지로 사용하는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색이 재료의 기원과 장소의 환경, 사용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까지 환기한다. 자연과의 연결은 자연을 모방한 장식이 아니라 흙과 돌, 목재, 금속이 지닌 실제 질감과 시간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나타난다.
새로운 중성색의 등장
48가지 색 가운데 10가지는 여러 공간과 스타일에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연속성 색채(Continuity Colors)’로 선정됐다.
코도반(Cordovan), 레드 반(Red Barn), 하이 시에라(High Sierra), 화이트 덕(White Duck), 셀러리(Celery), 아이시클(Icicle), 더치 타일 블루(Dutch Tile Blue), 로이크로프트 브론즈 그린(Roycroft Bronze Green), 클로브(Clove), 포지드 스틸(Forged Steel)이다.

이 색들은 전통적인 흰색·회색·베이지의 자리를 보다 복합적인 색조가 대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로이크로프트 브론즈 그린과 클로브는 녹색, 갈색, 회색의 경계에 놓여 있어 조명과 주변 재료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포지드 스틸 역시 푸른 기운이 섞인 차콜 색으로, 평면적인 회색보다 깊은 공간감을 만든다. 짙은 녹색과 적갈색이 새로운 중성색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강한 색채 정체성을 지니면서도 목재·석재·금속 등 다양한 자연 재료와 안정적으로 어울리기 때문이다.
색채 트렌드의 중심이 ‘유행’에서 ‘관계’로 이동하다
2027년 컬러믹스 전망에서 주목할 부분은 특정 색 하나보다 색을 선택하는 방식의 변화다. 리와일드는 모든 방을 하나의 배색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난다. 서재는 어둡고 깊게, 주방은 밝고 활기차게, 침실은 낮은 채도와 부드러운 대비로 구성할 수 있다. 각 공간이 서로 다른 감정적 분위기를 지니되 재료나 반복되는 색조를 통해 느슨한 연속성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처럼 2027년 색채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차분한 색과 강렬한 색을 함께 사용하면서 공간에 개인의 기억과 취향을 담는다. 리와일드가 제안하는 것은 자연으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획일화된 시각문화 속에서 색을 통해 자신의 감각과 공간의 고유성을 회복하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www.elledecor.com .sherwin-willia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