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 designboom.com we+의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선보인 SO-Colored9 ]
색을 만드는 일은 오랫동안 자연 자원을 채취하고 가공하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광물과 식물, 동물에서 얻던 안료는 근대 이후 석유화학 기반의 합성안료로 빠르게 대체되었다. 합성안료는 색의 균일성과 내구성, 대량생산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료 채굴과 제조 과정에서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일부 염료는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수질과 토양에 부담을 준다.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미생물과 식물, 산업 부산물에서 색을 얻으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위플러스(we+)의 ‘SO-Colored’는 미세조류에서 새로운 색채 재료의 가능성을 찾은 프로젝트다.
미세조류(microalgae)는 물과 토양, 암석 표면 등에 서식하는 미세한 광합성 생물이다. 약 27억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고 생태계의 형성에 관여해 왔다.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흡수와 바이오연료,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의 원료로 연구되고 있다. 크기가 작고 성장 속도가 빠르며, 육상 작물과 달리 넓은 농경지를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도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인다(we+, 2026).
미세조류의 색은 흔히 녹색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종류와 생육 조건에 따라 다양한 색소를 만든다. 엽록소(chlorophyll)는 녹색을,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는 황색·주황색·적색을 나타낸다. 피코빌리단백질(phycobiliproteins)에서는 적색과 청색 계열의 색을 얻을 수 있다. 빛의 세기와 온도, 염분과 영양 상태가 달라지면 생존에 필요한 색소의 종류와 함량도 변한다(Mulders et al., 2014). 미세조류의 색은 고정된 하나의 특성이 아니라 생물의 종류와 환경 조건이 함께 만든 결과다.
위플러스는 일본의 바이오기업 알갈바이오(Algal Bio)가 개발한 미세조류 분말을 안료로 사용했다. 분말에 천연 유래 수지를 혼합해 새로운 재료를 만들고, 이를 가구와 조형물의 표면에 적용했다.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갈레리아 루빈(Galleria Rubin)에서 공개한 작품은 녹색과 황색, 적색, 자주색, 청색이 어우러진 깊은 색조를 보여주었다. 표면은 유약을 입힌 세라믹 타일처럼 매끄럽고 단단해 보이지만, 색의 원료는 미세조류에서 얻었다(Demetriou, 2025).
프로젝트에 사용한 다마르 수지(dammar resin)는 주로 동남아시아 수목에서 얻는 천연수지다. 투명한 수지는 미세조류 분말을 하나의 재료로 결합하고 색에 깊이와 광택을 더한다. 조류 분말을 수지 안에 안정적으로 고정하면서 빛과 공기에 노출된 색소가 빠르게 변하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완성된 표면에서 나타나는 색은 균일하게 조색한 산업용 도료와 다르다. 미세한 입자와 농도의 차이가 색조의 변화를 만들며, 빛이 닿는 방향에 따라 깊이와 질감도 달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색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를 준다. 산업사회는 색을 정해진 표준값으로 관리해 왔다. 같은 제품은 언제 어디서 생산하더라도 동일한 색을 보여야 했고, 시간과 환경에 따른 변화는 품질의 결함으로 여겼다. SO-Colored의 색은 생물의 성장 조건과 분말의 배합, 수지와 빛의 관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색을 일정한 번호로 관리하는 방식보다 재료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하게 한다.
미세조류 안료가 곧바로 석유계 합성안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색의 안정성이다. 천연 색소는 빛과 산소, 열과 습도에 민감해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하거나 퇴색할 수 있다. 실외 건축재와 자동차 도료처럼 강한 자외선과 온도 변화에 노출되는 분야에서는 장기간의 내후성 검증이 필요하다. 수지로 색소를 보호할 수 있지만 충격과 마모, 수분에 대한 내구성과 폐기 후 생분해 가능성도 함께 살펴야 한다.
생산성과 가격 역시 중요한 조건이다. 미세조류는 다양한 색소를 만들지만 색소의 농도가 낮은 경우가 많다. 특정 색소를 충분히 얻으려면 빛과 온도, 영양분을 정밀하게 조절해야 하며 배양한 조류를 수확하고 건조한 뒤 색소나 분말로 가공하는 공정도 필요하다. 일부 미세조류는 강한 빛이나 높은 염분 같은 스트레스 조건에서 색소 생산량이 증가하지만, 이러한 조건을 산업 규모에서 유지하려면 에너지와 설비 비용이 발생한다(Mulders et al., 2014).
미세조류가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된 안료 전체를 친환경적이라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배양 시설에 사용하는 전력과 물, 건조와 분쇄에 필요한 에너지, 수지의 채취와 운송, 제품의 수명과 폐기 과정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천연 원료라는 명칭보다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통해 기존 합성안료와 실제 환경부담을 비교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모든 합성안료를 생물 기반 안료로 바꾸기보다 적용 분야를 구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다. 실내 가구와 장식재, 포장재, 예술작품처럼 강한 내후성을 요구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색의 미세한 차이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재료의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제품에도 적합하다. 반면 색의 정확성과 장기 내구성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보호 기술과 품질 표준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SO-Colored는 완성된 상용 안료보다 디자인을 통해 미세조류의 색채 가능성을 시험한 재료 연구에 가깝다. 위플러스도 이를 미세조류 분말과 천연 유래 수지를 이용한 공동개발 프로젝트로 설명한다(we+, 2026). 이 작업은 생물 기반 색이 합성안료를 얼마나 빠르게 대체할 수 있는지를 단정하지 않는다. 자연에서 얻은 색을 산업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할 것인지 질문한다.
미세조류의 색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낸 물질이다. 그 색을 제품에 적용하려면 자연의 색을 단순히 채취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배양과 가공, 안정화와 폐기까지 새로운 생산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색채산업은 석유계 원료를 천연 원료로 바꾸는 데서 완성되지 않는다. 색이 만들어지고 사용된 뒤 다시 환경으로 돌아가는 전 과정을 함께 설계할 때 생물 기반 안료의 가치도 분명해질 수 있다.
참고문헌
Demetriou, D. (2025, April 27). Tokyo design studio We+ transforms microalgae into colours. Wallpaper*
Mulders, K. J. M., Lamers, P. P., Martens, D. E., & Wijffels, R. H. (2014). Phototrophic pigment production with microalgae: Biological constraints and opportunities. Journal of Phycology, 50(2), 229–242.
we+. (2026). SO-Colored: Exploring the potential of color in micro-al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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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boom. (2025, June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