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색채는 누구에게나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가
산업현장에서 색채는 작업 구역을 나누고 이동 방향을 알리며 위험을 경고한다. 작업자는 색으로 표시된 정보를 보고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어느 구역을 피해야 하는지 판단한다. 따라서 안전색채는 눈에 잘 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서로 다른 색각과 시각적 조건에서도 누구나 같은 정보를 공평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CJ제일제당은 부산공장의 중앙교차로와 보행 유도선, 횡단보도, 비상대피로 등에 컬러유니버설디자인(Color Universal Design, CUD)을 적용했다. 식품공장에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한 첫 사례다. 작업자와 지게차·화물차가 이용하는 구역을 구분하고, 주요 이동 방향을 쉽게 파악하도록 바닥과 벽면의 색채 체계를 정비했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특정한 사람을 위한 별도의 디자인이 아니다. 사람마다 색을 지각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전제로, 누구나 색 정보를 공평하게 인식하도록 계획하는 디자인이다. 같은 빨간색과 녹색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보이지 않는다. 조명과 거리, 재료의 반사, 주변 색과의 관계에 따라서도 색의 구분 정도가 달라진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여 색상과 명도, 채도, 대비를 조정하고 문자와 기호, 선과 패턴을 함께 사용한다.
공장에서는 작업자와 차량의 동선이 한 공간에서 교차한다. 소음이 크거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표지판의 문장을 차분히 읽기 어렵다. 바닥의 색채와 유도선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 작업자는 이동하면서도 자신의 위치와 진행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색채가 공간의 구조와 행동 기준을 동시에 알려주는 셈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산업안전 컬러유니버설디자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관련 디자인을 적용한 공장의 근로자 가운데 99.1%가 이전보다 정보를 알아보기 쉬워졌다고 답했다. 98%는 개선된 디자인이 산업재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결과는 근로자가 체감한 변화를 조사한 것이다. 실제 사고와 근접사고가 얼마나 줄었는지는 적용 전후의 자료를 장기간 비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안전색채의 효과는 처음 칠했을 때의 선명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바닥의 유도선은 차량과 작업자의 이동으로 마모되고, 먼지와 오염으로 색의 대비가 약해진다. 설비를 옮기거나 작업 동선을 변경하면 기존의 색채 체계가 실제 이동 경로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조도와 재료, 유지관리 주기까지 함께 계획해야 색 정보가 지속해서 기능한다.
CJ제일제당 부산공장은 색채 계획과 함께 인공지능 기반 위험 감지 시스템과 스마트 안전모를 도입했으며, 고용노동부의 공정안전관리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P등급을 받았다. 첨단기술이 위험 상황을 감지한다면 색채는 작업자의 일상적인 이동과 판단을 돕는다. 두 체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안전을 뒷받침한다.
산업현장의 색채는 단순한 구역 표시가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같은 행동 기준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공공적인 정보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이 산업안전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 잡으려면 다양한 사람이 색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부터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출처: 아주경제, 「CJ제일제당 부산공장, 색채 디자인으로 안전성 높인다」, 2026년 7월 20일 [사진=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부산공장 ‘컬러유니버설 디자인’ 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