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79년 베수비오산의 폭발로 매몰된 폼페이에는 고대 로마인의 일상과 당시의 다채로운 색채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석조 유적만 보면 고대 도시를 회백색 공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당시 폼페이의 주택과 신전, 상점은 적색과 황색, 녹색과 청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2024년 폼페이 제9구역(Regio IX)의 한 대저택에서 발견된 이른바 ‘푸른 방(Blue Room)’은 이러한 고대의 다채로운 환경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푸른 방은 약 2.7×3.3m 크기로, 바닥 면적이 9㎡에 미치지 않는 작은 공간이다. 그러나 노출된 세 벽면의 배경 대부분을 이집션 블루(Egyptian blue)로 칠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고대 로마의 벽화에서 청색은 주로 인물의 옷이나 장식의 세부를 강조하는 데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다. 값비싼 청색 안료를 방 전체의 바탕색으로 적용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벽면에는 붉은색 벽감과 여성 인물상이 배치되어 있다. 이 인물들은 계절을 의인화한 호라이(Horae), 농업과 목축을 상징하는 존재로 해석된다. 고고학자들은 이러한 도상과 공간 구조를 근거로 이 방을 가정 내 제의 공간인 사크라리움(sacrarium)으로 추정한다. 사크라리움은 신상이나 의례용 물건을 보관하고 가족 단위의 종교의식을 행하던 장소다. 다만 이곳에서 어떤 신을 모셨고 구체적으로 어떤 의례를 행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푸른색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은 일상적인 방과는 다른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하늘과 물을 연상시키는 청색을 배경으로 계절과 농경을 상징하는 인물상이 어우러지면서 자연의 질서와 풍요, 재생의 의미가 더욱 선명해졌다. 이처럼 청색은 벽면을 장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의 성격과 의미를 형성하였다.

자연에서 채취하지 않고 만들어낸 청색

이집션 블루는 자연에서 얻은 청색 광물을 그대로 갈아 만든 안료가 아니다. 규사나 석영질 모래, 석회질 원료, 구리 성분과 알칼리성 융제를 혼합한 뒤 약 850∼950℃로 가열해 만든 합성안료다. 이 과정에서 청색을 띠는 칼슘구리규산염(CaCuSi₄O₁₀)이 생성된다. 냉각된 물질을 작은 덩어리로 만든 뒤 필요한 만큼 갈아 벽화와 조각, 공예품에 사용했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300∼3200년경부터 이 안료를 제조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류 최초의 합성안료 가운데 하나다. 청색을 얻기 어려웠던 고대 사회에서 이집션 블루는 값비싼 라피스라줄리를 대신할 수 있는 중요한 재료였다. 그러나 철산화물에서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적색이나 황색과 비교하면 원료의 배합과 고온의 소성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생산비가 높았다.

‘이집션 블루’라는 명칭 때문에 안료를 모두 이집트에서 수입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제조 기술은 지중해 전역으로 확산했으며, 로마 시대에는 폼페이와 가까운 푸테올리(Puteoli, 오늘날의 포추올리) 일대에서도 생산되었다. 따라서 이 안료는 이집트에서 시작되었지만, 로마 사회가 기술을 수용하고 지역 생산 체계로 발전시킨 청색 재료로 이해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되찾은 색

MIT와 폼페이 고고학공원 공동연구진은 가시광 유도 발광 영상(VIL), 라만 분광법, 주사전자현미경과 에너지분산형 X선 분석(SEM-EDS)을 이용해 벽면을 조사했다. 이집션 블루는 가시광선을 받으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을 방출한다. 연구진은 이 특성을 이용해 안료가 탈락하거나 변색된 부분에서도 청색 입자의 분포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이집션 블루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벽면 전체에 칠해졌다. 푸른 바탕 위에는 적색·황색·백색 안료로 인물과 여러 장식 요소를 표현하였다. 오늘날 육안으로 보이는 색은 짙은 남청색보다 밝은 하늘색에 가깝다. 이는 안료의 입자 크기와 배합 비율, 회반죽과 도포 방식이 최종적인 색조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벽의 면적과 안료층의 두께, 입자의 성분과 분포를 종합해 약 2.7∼4.9㎏의 이집션 블루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고대 문헌에 기록된 가격을 적용하면 원료비만 약 93∼168데나리우스에 이른다. 당시 로마 시내에서 살 수 있는 빵 약 744∼1,344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안료를 분쇄하는 데만 약 31∼56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회반죽과 다른 안료, 화가의 노동비는 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군인의 연봉과 비교한 가치는 시대별 급여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에서는 로마 보병 연봉의 약 절반에서 최대 두 배에 이를 수 있는 금액으로 제시한다. 정확한 환산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방의 바탕색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경제적 자원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되찾은 색

MIT와 폼페이 고고학공원 공동연구진은 가시광 유도 발광 영상(VIL), 라만 분광법, 주사전자현미경과 에너지분산형 X선 분석(SEM-EDS)을 이용해 벽면을 조사했다. 이집션 블루는 가시광선을 받으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근적외선을 방출한다. 연구진은 이 특성을 이용해 안료가 탈락하거나 변색된 부분에서도 청색 입자의 분포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이집션 블루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벽면 전체에 칠해졌다. 푸른 바탕 위에는 적색·황색·백색 안료로 인물과 여러 장식 요소를 표현하였다. 오늘날 육안으로 보이는 색은 짙은 남청색보다 밝은 하늘색에 가깝다. 이는 안료의 입자 크기와 배합 비율, 회반죽과 도포 방식이 최종적인 색조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벽의 면적과 안료층의 두께, 입자의 성분과 분포를 종합해 약 2.7∼4.9㎏의 이집션 블루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고대 문헌에 기록된 가격을 적용하면 원료비만 약 93∼168데나리우스에 이른다. 당시 로마 시내에서 살 수 있는 빵 약 744∼1,344개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안료를 분쇄하는 데만 약 31∼56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회반죽과 다른 안료, 화가의 노동비는 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군인의 연봉과 비교한 가치는 시대별 급여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연구에서는 로마 보병 연봉의 약 절반에서 최대 두 배에 이를 수 있는 금액으로 제시한다. 정확한 환산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방의 바탕색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경제적 자원이 투입되었다는 사실이다.

색채가 말해주는 사회적 지위

푸른 방이 속한 도무스에는 중앙 정원과 연회실, 목욕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규모와 시설로 볼 때 주인은 폼페이의 부유한 계층에 속했을 가능성이 크다. 저렴한 적색이나 황색 대신 값비싼 청색을 넓은 면적에 사용한 선택도 이러한 경제력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푸른 방은 저택에서 규모가 크거나 중심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발굴 당시 방 안에서는 15개의 암포라와 청동 주전자, 등잔, 건축자재가 발견되었다. 서기 79년 화산 폭발 직전에는 본래의 제의 기능을 잃고 임시 창고나 보수 공간으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서기 62년의 대지진 이후 이어진 주택 보수와 관련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작은 방 전체를 청색으로 장식했다는 사실은 이 집의 소유자가 색채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경제적 여유를 보여준다. 청색은 값비싼 재료였을 뿐 아니라 부와 지위, 신성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시각적 언어였다. 색채의 가치가 안료 자체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디에, 얼마나 넓게, 어떤 이미지와 함께 사용했는가에 따라 사회적 의미가 형성되었다.

폼페이의 푸른 방에는 고대 로마에서 색채가 지닌 물질적·사회적·종교적 의미가 함께 나타난다. 이집션 블루에는 원료를 선택하고 고온에서 합성한 기술, 안료를 생산하고 유통한 경제 구조, 가정의 종교적 의례와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가 함께 담겨 있다. 푸른 벽은 공간을 신성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그 공간을 소유한 사람의 부를 드러냈다.

고대 로마에서 색채는 눈에 보이는 표면이면서 물질과 기술, 권력과 신앙이 만나는 문화적 장치였다. 푸른 방이 특별한 까닭은 희귀한 청색을 보존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작은 방 하나를 통해 고대인이 색을 만들고 소비하며 의미를 부여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Quraishi, M. A., Nicola, M., Weaver, J. C., et al. (2026). The Pompeiian “Blue Room”: In situ detection and economic estimation of Egyptian blue pigment in an ancient domestic sacrarium. npj Heritage Science, 14, Article 132. 

Pompeii Archaeological Park. (2024). Pompeii, excavations in Regio IX bring to light a sacrarium with blue walls.